2023년 13일부터 16일까지 물 폭탄 맞아 전국이 도탄에 빠진 7월 15일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우크라이나(시차 -6시간) 방문했다. 그날 오전 8시 40분 오송 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미호강 제방이 터져 2~3분 만에 강물이 터널(길이 430m)로 쏟아져 들어왔다. 대피할 겨를조차 없이 14명이 사망했다. 7월 28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감찰 결과는 새벽 6시부터 지하도가 잠길 때까지 제방 공사 감리단장은 감독기관인 행복청에 7번, 112에 2번 신고했고, 제방이 넘쳐 침수가 우려된다는 연락을 충북도는 3번, 청주시는 10번 받았는데, 행복청은 비상조치를 하지 않았고 청주시는 위기 상황을 방치했다. 현장 출동은 한 차례 신고받은 119가 유일했다.
세상이 어려운 것은 사회 지도층이 초심을 잃어서다. 대만의 철학자 증지강(曾志强)은 역경을 “일반인 대상으로 하면 공자의 논어가 되고, 위정자를 대상으로 하면 노자의 도덕경이 된다.”라고 했다. 역경(易經)은 삶을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책이다. 사서삼경 가운데 하나로 삶에서 벌어지는 희로애락을 통계적으로 풀어놓은 주역이다. 세상은 쉬운 일이 없다. 발을 헛디딜 때도 있다. 도리를 모르는 공무원 해고가 어려운 시대에서 책임 정치는 상황별 복무 지침을 만든대서 시작된다. 소는 머리를 끌면 앞으로 가고, 돼지는 꼬리를 당겨야 앞으로 간다고 한다.
7월 17일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행 강행이유로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 못 바꿔”라고 해명했고, 7월 20일 충북 도지사 김영환은 “거기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 없다.” 대구 시장 홍준표는 7월 17일 우중 골프 비난에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고 항변한다, 야당도 그렇다. 지도부에서 외유 자제를 권고하는데도 일부 단체장과 의원은 폭우 속 해외 출장을 강행한다. 자연인과 공인 간의 구분에 오류가 반복된다. 단 한 명의 주민을 살리기 위한 노력, 지도자로서 품격과 사명은 잃은 지 오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매뉴얼의 계승‧보완‧조정 없이 헐어버리고 재구축한다. 수해복구 재원 확보도 그렇다. 목표는 같은데 야당에 추가 경정 예산 편성해야 한다고 하고, 여당을 예비비로 충분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입가경이다. 사안마다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정파가 자기 패거리만 생각한다면 백성을 위한 어진 정치는 아무 데도 없다. 바리케이드 2개면 어떤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도덕경 10장에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바르게 다스림에 있어 말이나 편법으로만 떠버리고 있는 것은 없는가.”라는 구절이 있다. 사회적 파장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 사라졌다. 국회가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파면한 행정자치부 이상민 장관의 탄핵을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그렇다. 다툼의 당사자 일본은 쏙 빠지고 정부가 앞장섰고 국회는 난타전이다. 양심에 기대는 시대는 지났다.
확증 편향보다 무서운 것이 우리 편향이다. 정치는 정치공학적으로 51% 지지를 노린다. 편도체가 예민하지 못한 사람은 겁이 없다. 100%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할 때 가능한 것으로 51% 지지만 얻어야겠다고 목표 삼으면 잘해야 35%다. 이런 것을 꼭 증명할 필요는 없다. 자루 베는 칼은 없다. 매 순간 정답은 없지만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여기 있는지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내일이 오늘보다 못하면 안 된다. 기울어져 가는 삶은 처절한 법이다. 각 정파는 전체 국민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2023년 8월 2일 새전북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