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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Jul 31. 2023

46. 가마솥 밑구멍이 솥 밑구멍 나무란다.

교육은 따지면 번다하고 소홀히 하면 잡다해진다. 수능 5개월을 남기고 대통령이 수능 문제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침을 내렸다. 대통령은 초고난도 문제(킬러 문항)를 배제하라고 한다. 이를 두고 혼란 빚어졌고, 대통령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된다.”라며 장관을 질책한다. 대통령실은 “장관도 국장도 하명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건 강력한 이권 카르텔의 증거”라고 부연 설명한다. 항간에 윤석열 정부는 깜박이는 오른쪽에 넣고 핸들은 좌로 우로 꺾어 어디로 가려 하는지 방향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일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실은 희생양을 찾는다. 지난해 7월 만 5세 입학, 주 69시간 근로제 등 논란이 커지자 부처에 책임을 돌렸다. 취학 연령 1년 앞당기는 것은 교육과 돌봄은 정책 방향성 속에 하나의 수단이라며 장관을 경질했고, 주 69시간 근로제는 젊은 층의 반발에 적절한 상한을 두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하고 고용노동부에 책임을 넘겼다. 이번에는 입시 불공정 지시를 수능 난이도로 이슈가 변질했다며 장관 책임론을 들고나온다. 교육부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2023년 6월 16일 교육부는 대입 담당인 인재 정책기획관(국장급)을 전격 대기발령 했고 평가원장은 6월 19일 사퇴했다.     


중국의 사상가 사마천은 흉노족에 항복한 장수를 성토하는 어전회의에서 다른 주장을 펼쳐 사형을 선고받는다.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면 벌금 50만 전을 내놓거나 궁형(남자의 생식기 거세)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 궁형을 받고 친구에게 “모진 치욕을 당하기로는 궁형보다 더한 것이 없소이다. 내가 화를 누르고 울분을 삼키며 궁형을 택한 것은 차마 다하지 못한 말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였소.”라고 심경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 30여 년이 넘게 교육을 연구한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저도 전문가지만 제가 많이 배우는 상황”이라고 자기의 정체성을 부정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교육부 장관을 했다.     


중국 수나라 유학자 왕통은 그의 저서 중설(中說)에 “세력을 위해 교제하는 사람은 세력이 기울면 관계를 끊고, 이익을 위해 교제하는 사람은 이익이 없으면 흩어진다”라며, 교육은 “자기 본성이 흩어지지 않게 바로 잡는대서 출발하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관찰하여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했다. 국회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교육부는 2022년 9월 킬러 문항이 없다 헸는데 2023년 6월 23일은 있다고 한다. “난세를 만나 인의(仁義)를 행하기 어려우면 몸과 마음을 닦아 가정을 가지런히 하라”고도 했다.     


2007년 애플이 개발한 아이폰은 2009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다. 불과 13년 만에 세상은 급변했다. 당시 휴대폰 시장의 부동의 1위인 노키아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폭삭 망했다. 앞으로 13년 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금 괜찮은 직업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2023년 6월 20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평가‧발표한 ‘202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바레인(25위), 말레이시아(27위)에도 추월당한 28위다.     


세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더 빠르고 깊게 변화하고 있다. 다면적 사고 배제가 지금 괜찮아 보여도 미래는 보장하지 못한다. 교육은 청소년의 가슴 속에 큰 꿈을 키우고 야망을 갖게 한다. 킬러 문항 제거가 학생들에게 공부와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지만 즉흥적이고 돌출적인 발언으로 보인다. 헌정사상 교육부가 세운 입시정책이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평등 교육 핑계로 킬러 문항 제거하면서 자사고, 국제고, 외고 등의 특목고는 유지한다. 세상일이 그렇다. 따뜻한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는 것과 같다. 청년 미래에 필요한 역량은 자동화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이다. 서열화가 아닌 차별화된 대학에 답이 있다.


2023년 7월 5일 새전북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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