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서울과 중부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한강 변 일부 상가건물은 1층까지 침수되는 대홍수가 났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서울 보호를 위하여 소양강댐의 방류를 최대한 미룬다. 댐의 한계치인 198m를 1.79m 남겨놓은 시점에서 방류를 허락한다. 방류량보다 이입량이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치를 향해 달려간다. 한계치가 넘으면 모래와 자갈로 만든 소양강댐은 물이 위로 흐르는 것이 아닌 브라질 브루마지뉴 댐처럼 터질 수 있다. 붕괴하면 서울 63빌딩 45층까지 물이 찰 정도의 수량이 쏟아진다는데 한계수위에 0.21m 부족한 197.79m에서 더 이상 수위가 오르지 않았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자신과 소속 당의 권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시행정에 과도할 정도로 예산을 투입한다. 10월 7일 서울신문은 “정부 출범 이후 지난 7월까지 1년 3개월간 사용한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결과, 잘 먹고 다닌 대통령 직속위원회, 식비만 11억”이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내보냈다. 다수의 언론은 2022년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부터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라는 지시에도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보다 법인카드 사용량이 3배 이상 늘었고, 대통령 해외순방 예산은 전 정부 2배 이상으로 역대 최고인 총 578억 원이라고 지적한다.
대통령은 지방시대 선포식(9월 14일) 축사에서도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라며, “말로만 지방을 외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결과는 균형발전 회계 R&D 예산은 내년 예산에서 67.3%가 줄였고, 윤석열 정권의 국정 과제 예산인 지역 혁신 클러스터 육성 사업 예산도 63.7%가 줄어들 처지다. 지역 화폐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인재 등용도 그렇다. 인물이 없는 것인지 그들이 대단한 인물인지,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유인촌과 태극기부대 집회 연사인 신원식, 박근혜 정부 대변인 김행을 9월 13일 장관으로 지명한다. 국회 논란에도 10월 7일 유인촌과 신원식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방부 장관으로 재가했고, 청문회 노쇼(10월 5일)를 연출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김행은 잠행한다. 10월 11일 여당(국민의힘)은 형 확정 3개월 만에 대통령이 사면한 김태우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워 참패하고, 다음 날 김행은 자진해서 사퇴한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힘이다. 권력 사용은 권력을 위임한 국민이 납득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국민 지지를 신경 안 쓰고 내 고집대로 하겠다는 건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있다는 것처럼 무지와 오만의 극치다. 국민의 눈치를 살핀다는 건 헌법정신에 충실해지라는 것이지 인기 영합 정책을 펼치라는 것은 아니다.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신뢰를 잃으면 한 줌의 재만도 못하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면 나라가 위험하다. 후보 시절 대통령은 “새만금 특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 운영하고 특별 회계를 조성하겠다”라고 했다. 내년도 예산의 80% 정도가 삭감됐다.
박정희 정권의 3대 국책사업(소양강댐, 경부고속도로, 서울 지하철) 가운데 하나인 소양강댐은 1972년 완공 후 “댐을 너무 크게 쌓아 국고를 낭비했다.”라고 국회의 질책을 받았지만 1984년 대한민국을 지켰다.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위기 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북한은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로 경직된 남북관계를 1984년 9월 29일 쌀과 옷감 등 수해 지원 물품을 보내는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고, 이듬해인 1985년 이산가족 상봉이 최초로 이루어졌다. 선진국과 후진국 차이는 신뢰의 차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도 손이 필요한 법이다. 희망을 만들어내는 정치, 자신의 에너지와 재능을 발휘하여 즐거움을 생산하는 힘이 있는 윤석열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2023년 11월 1일 새전북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