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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Dec 25. 2023

51. 붓은 황소힘으로 쥐고, 먹은 개미 힘으로 갈아야

2022년 10월 15일 디지털 서비스가 무너지면 국가와 국민은 일상뿐만 아니라 경제‧사회에 치명상이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 대부분이 먹통이 된 사고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불편과 피해를 무겁게 느낀다.”라고 했고, 이정호 정보통신부 장관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기술적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2023년 3월 법원 전산 시스템 마비, 6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오작동, 11월 17일 정부 행정전산망이 마비됐다.   

  

디지털 재난 수준에도 대통령은 미국을 다녀온 다음 날 21일 영국으로 출국, 23일 프랑스로 옮겨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지원하고 26일 귀국했다. 출장 기간에 22일 주민등록시스템, 23일 조달청 나라장터, 24일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마비 등 3건의 통신장애가 있었고, 23~26일 부산 박스코(BOXCO)에서 “윤석열 정부의 1년 반 동안 혁신 성과와 디지털플랫폼 정부로 달라지는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국민에게 제시”한다며 ‘정부혁신, 디지털플랫폼 정부와 함께’를 구호로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를 개최했다.     


주무장관인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12일부터 포트투칼, 미국 증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면서 디지털 정부를 포함한 한국형 공공행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중 정부 행정망 먹통에 18일 급거 귀국한다. 이후 원인도 찾기 전에 대통령 수행하러 21일 영국 출장길에 오른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국회에서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다면 아마 이 장관도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옹호한다.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한 27에는 소방본부 통신망이 먹통이 됐다.     


세상은 어떤 눈으로 보는지 알아야 한다. 언론은 부산 엑스포 유치전이 사우디와 박빙이라고 했다. 결과는 119대 29로 참패다. 남의 흠집만 보다 보면 내 흠결이 더 크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김이태 자문 교수는 사우디의 금권선거, 여당 대표 김기현은 “문재인 정부의 무관심”이라고 탓한다.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유치전은 정부의 외교력과 정보력, 분석력과 판단력 등 총체적 한계를 드러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지원 연사들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은 기후변화, 디지털 격차, 식량 위기 등 인류 공동 문제를 해결하는 상생의 파트너라는 이미지로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내로남불 연설로 들렸을 수 있다. 일례로 11월 17일 세계 61개국 기후단체 등이 한일 두 나라 정상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들은 “해외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일본 1위, 한국 2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지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은 APEC에서 “기후 위기 빨리 해결해야지” 했는데 기후 위기 예산 2조 7천억 원이 삭감됐고, 미국에서 만난 청년 과학자들에게는 “미래 연구자들이 연구에 실패 걱정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한다고 연설했는데 내년도 R&D 예산 5조 2,000억 원을 싹둑 했다. ‘K-방산 수출 1호 영업사원’이라는데,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KF-21 사업의 성공이 불확실하고 기술의 완성도가 낮아 생산량을 줄이라고 딴지를 건다. 이러한 이중적 형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하는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 전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윤석열 정부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K-브랜드를 지속 발전 유지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같은 당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도 "도대체 대통령 일정을 대구와 관변단체, 해외만으로 순도 높게 돌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묻는다. 정치에 필요한 건 축복받은 입만이 아니다. 붓은 황소힘으로 쥐고 먹은 개미 힘으로 잡으라는 말이 있다. 안보와 관련된 전산망은 무사한지, 정부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를 바란다.


2023년 12월 4일 새전북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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