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기후 위기 대처는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강승구(원광대학교 경영학부 초빙교수)
편경은 모든 국악기의 음을 복원할 수 있는 불변의 악기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왕을 비롯한 궁의 모든 인물은 피난을 갔으나 단 한 명, 궁중의 음악감독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조선 초기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 “편경을 망가뜨리는 자는 곤장 100대와 유배 3년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후 정조 때 법제를 개편, 편찬한 대전통편(大典通編)에는 “전쟁이 나면 편경을 가장 먼저 숨겨라.”라고 했다. 기후 온난화로 한계점에 도달한 지구,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우리나라도 지구 살리기 게임에 동참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36%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유지하는 선택이다. 환경보호는 자기 집이 불났을 때처럼 행동해야 한다. 실제로 지구가 불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온도가 1~2℃ 올라가면 극지방 해빙, 해수면 상승, 극심한 이상 기후 등으로 자연재해, 식량 생산의 감소, 인간 건강에 대한 위협을 경고한다. 이 상태로 2050년이 되면 지구 면적의 1/3, 전 세계 인구의 절반 넘게 생존 불가능한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고 예측한다.
30년, 우리의 일상과 문명을 구할 수 있는 최적 시간이다.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환경부는 2023년 1월 국립공원 흑산도 일부 지역 공원 해제, 2월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허가, 3월에는 제주 제2공항, 9월에는 생태 자연 1급지인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전략환경영향평가로 통과시켰다. 11월에는 4년 전부터 예고된 정책을 규제 완화가 아닌 합리화라면서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전면 허용했다. 환경부가 환경보전이라는 자기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IPCC(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평가 종합보고서는 30.2%였던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를 윤석열 정부에서 21.6%로 하향 조정했다고 보고한다.
전 세계 대비 한반도의 온도는 2배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잘못 먹으면 병이 된다. 책임감 있는 메뉴얼을 갖추고 국정 운영할 필요가 있다. 지구를 위한 제로섬 게임이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이것에 대하여 국가가 답을 잘못 내려주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1997년 대부분 언론이 외환위기 위험을 우려하는데도 이를 무시한 대통령(한나라당 김영삼)의 안일함에 국민이 어떠한 고초를 겪어야 하는지 교훈을 받았다. 국가부도로 IMF를 불렀다. 내 잘못이 아닌 국가의 잘못으로 국민이 얼마나 처절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뼈저린 경험을 했다.
RE100 실천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우리나라 전기차는 현대차 코나(체코에서 생산) 한 품목만 살아남고, 기아차는 전멸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평균 31%에 한참 미치지 못한 8%다. 독일의 올해 전체 전력 소비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다. 정부는 국회에 2024년 원전 지원예산은 1,498%(15배) 늘리고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은 2023년보다 40% 이상 삭감 제출했다. 독일은 지난 4월 15일 남아있던 원전 3곳을 모두 폐쇄하며 탈핵 약속을 지켰다. 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닌 국가경쟁력 문제다. 원자력, 수소 에너지원은 RE100 캠페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뭐가 우리 목을 조여오는지 그 심각성을 인지하여 총체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
2024년 1월 3일 새전북신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