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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May 13. 2024

53.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1월 19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전북 특별자치도 출범식이 열렸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입장하는 대통령과 악수 후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집니다”라고 했다. 이 순간 대통령 경호원 3~4명이 강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여당은 "불가피한 조치·계획된 도발", 야당은 "주권자 무시, 윤 사과해야"라고 논평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경호상 위해 행위로 판단했다며 "금도를 넘어선 일"이라고 일축한다.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렇다고 그 모든 일을 다 알 수는 없고, 설사 알았다고 해도 모른척해야 할 경우가 많다. 대통령은 계획된 일정대로 움직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는 “대통령 경호처장과 관련자들을 즉각 파면하라”라고 주문한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조선은 “일본과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다.”라고 손사래를 쳤고, 일본의 새 집권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왜란이 끝난 지 10년도 안 된 1604년 “나는 조선과 아무런 원한이 없다. 화친을 원한다”라며 국교 재개를 요구한다. 사대부는 “저들의 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다시 침입할까 두렵사옵니다.”라는 상소문을 올린다. 조선은 결국 통신사를 보내 교류가 시작된다. 200여 년 뒤 일본은 군대를 들여와 청(중국)과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긴 뒤, 강압해 1905년 외교권을 가져간다.     


2012년 3월 EBS ‘역사 채널 e’는 ‘조선을 가지고 놀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일본 교토 어느 신문사의 1911년 신년 부록의 내용을 소재로, 일본이 어떻게 역사를 왜곡하는가를 고발했다. 일본은 을사늑약 이후 맞이한 새해 첫날 ‘조선 주사위 놀이’를 만들어 보급했다. 놀이판에는 ‘조선은 아침까지 술이 덜 깬 게으른 나라’로 시작하여 ‘신라, 백제, 고구려는 조공을 바쳤던 속국’이며,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지배해야 마땅한 나라로 합병조약을 강제한 데라우치 마사타케에게 도달하면 끝나는 놀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는 강력히 항의해야 하고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라고 했다. 장관이 되어서는 군 장병 정신교육 교재인 ‘정신‧전력 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쿠릴열도 등과 함께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이라 했다. 대통령 질책을 받고 난 2023년 12월 28일에서야 “모든 책임은 저한테 있다고 생각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고 사과하겠다”라고 했다. 지난 역사에서 보듯이 일본은 선전포고 없이 공격한다. 신 장관은 2023년 3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일 간에 독도 영유권 분쟁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썼다.   


1월 22일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났다. 다음 날 대통령은 화재 현장 상인회 건물 1층을 방문해 공무원과 기자, 상인대표만 만나고 2층에서 대기하던 상인들은 만나지 않고 떠났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현장에 나온 150여 명의 피해 상인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라고 한다. 대통령은 시장에서 20여 분 정도 머물다 전용 열차를 타고 상경했다.     


대형 사건에 대하여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히려 물고기가 나무를 타고 내려오고, 단축마라톤을 하게 만들 것처럼 미혹시킨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위대한 업적을 성취한 군주들은 신의를 별로 중시하지 않고 오히려 기만책을 써서 인간을 어지럽히는 데 능숙한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을 견제하는 유일한 힘은 책임이다. 4월에 총선이 있다. 누군가의 아픔이 나의 슬픔이 되고, 나의 선택이 우리의 행복이 된다. 국민을 먹이고, 입히고, 돌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독일의 전 총리 마르켈은 16개 장관 자리 중 6개 장관직을 야당에 맡기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고 양보하고 사과해도 선거에서 언제나 이겼다. 위정자는 역사에서 배움이 없는 도돌이표가 국민을 지치게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2024년 2월 7일 새전북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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