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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May 26. 2024

54. 사람들은 성공하고 나면 그 과정을 잊는다.

제18회 아시안컵은 좀비 축구라는 조롱받고 마무리됐다. 베스트 일레븐에 우승국 카타르는 2명이고 우리나라는 3명의 선수(손홍민, 이강인, 황인범)가 선정됐다. 8일 저녁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는데도 전술 부재로 예선전부터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한데 속상한 팬과 기자들이 입국장에서 대표팀을 기다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해맑은 얼굴로 나타나 “대회 4강에 진출했고 준결승까지 오른 상황에서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자찬한다. 그 시각 선수들은 국민에게 사과했다. 귀국하면 대회 결과를 분석한다고 했던 그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10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수석코치였던 헤어초크는 오스트리아 매체에 “우리가 수개월 힘들게 쌓아 올린 모든 게 몇 분 만에 박살 났다.”라며, 4강 전 전날 저녁 손홍민과 이강인의 드잡이가 문제였다고 기고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정치권에서 소위 싸가지 없다는 비판을 받으면 능력 여하를 불문하고 퇴출당한다"라며 "축구나 스포츠계에서도 그런 논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둘 다 국민 정서를 바탕을 둔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불똥은 KT, 파리바케트, 치킨 브랜드 아라치(I Like Chicken) 등으로 튀겼다.     


문제의 핵심은 지구가 자기를 중심으로 도는 줄 아는 사람에게 있다. 서울시는 매국노 윤덕영의 집을 복원한다고 한다. 윤덕영은 국권 피탈을 반대해 옥새를 숨긴 조카(순종효황후)의 치마를 들쳐 빼앗아 합방 조약 문건에 찍었다. 그 공으로 일본으로부터 하사받은 땅(이완용 땅의 4배나 되는 19,467평, 옥인동의 54%)에 집을 지었다. 서울시는 그의 집을 1977년 ‘옥인동 윤 씨 가옥’이라고 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가 1999년 철회한 것을 2022년 말에 매입, 개보수하여 일반인에게 공개한다고 한다. 한술 더 떠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을 위해 비워 놓는다던 ‘열린 송현 녹지 광장’(경복궁과 종로 사이)이 이승만 기념관 건립 유력지라고 서울시 의회에 보고한다.     


권력이란 크든 작든 간에 참으로 묘한 마력이 있다. 2월 16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저는 운동권에는 하나도 안 미안하지만, 청년에게는 미안하다"라며, "청년이 어떠해야 한다고 훈계할 자격이 없다. 우리는 꿀을 빨고 살았다"라고 했다. 따지면 번다하고 소홀히 하면 잡다한 것이 세상사다. 목사로부터 김건희 여사가 받은 디올 가방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몰카 공작이라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한다.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로 드러나면 몸도 마음도 우울해진다. 대통령 부인의 논문 표절, 허위 이력서, 주가 조작 등 여러 의혹은 묻혀 가고 야당 대표 부인은 2021년 8월에 당 관련 인사 3명 및 자신의 운전기사·변호사 등에게 10만 원 상당 음식 제공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024년 2월 불구속기소 됐다.     


사람은 몸만 늙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늙는다. 사실과 허구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은 일의 양이 아니라 상황이 만든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축생이 아니라 항변하면 서류 한 장으로 옛날 죄를 다 면해주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시대에서 맨정신으로 의식을 치르면 지난 죄를 벗어난다. 살아가는 세상이 달라지면 생각이 변하는 것이 이치다. 열심히 살아온 것 살아왔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설명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감정과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자 하는 걸 믿을 근거를 찾으려 한다.     


과학이 아닌 정치에서 혁신은 일반적으로는 손에 쥐여줄 현실감 있는 실체가 없다. 혁신은 몸통 전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역량이 있는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치는 상대적이다. 깨어있는 사람은 생각을 멈출 수 없다. 혁신되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이기는 선거의 힘은 혁신을 통하여 얻을 수 있다. 인물이든 정책이든 핵심을 찾아 변화의 느낌을 만들어 내야 한다. 선거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지지율이 정체성을 보일 때, 야당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이 국민에게 혁신하는 모습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조삼모사도 지혜다.


2024년 3월 전라일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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