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de la jeune fille en feu
“Si vous me regardez, qui je regarde, moi?”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동안, 나는, 누구를 보고 있을까요?
18세기경 프랑스에서는 귀족 간의 결혼 시 예비 신부의 초상화를 상대방에게 보냈는데, 결혼을 거부하는 여인 엘로이즈 때문에 그녀의 어머니는
딸 몰래 화가 마리안느를 산책 보조인으로 속여 고용을 한다. 마리안느는 산책길에 그녀의 모습을 관찰했다가 돌아와 그 기억으로 초상화를 완성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실망한 엘로이즈의 평가에 마리안느는 초상화의 얼굴을 지워버리고 만다.
이 장면에서 인상적인 두 사람의 대화.
엘로이즈가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존재감과 생명력이 없다고 하자, 마리안느는 이젤 안에는 관습과 질서가 있다고 한다.
엘로이즈의 모가 마리안느를 보내려고 하자 이제 초상화를 위해 포즈를 취하겠다는 엘로이즈의 발언으로 1주 더 그 섬에 머무르게 되고 두 사람은 화가와 모델로 서로를 응시하면서 점점 더 가까워지고 마침내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모든 질서와 관습을 거스르지 않는 선택(결혼)을 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은, 서로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간직한 채 헤어지고 그렇게 몇 년이 흘러 밀라노의 공연장에서 재회를 한다, 마리안느만이 멀리서 엘로이즈를 발견할 뿐, 언제가 자신이 얘기한 비발디의 여름 3악장 연주에 흐느끼는 그녀를 멀리 맞은편 관객석에서 바라본다.
여인들이 원치 않는 결혼을 피해 할 수 있는 일은 수도원으로 들어가거나 죽음을 선택하는 억압의 시대, 여성들 간의 사랑은 아마도 목숨을 거는 일이었을 것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지적인 여성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던 시대에 교감할 수 있는 동성은 평화로운 위로였음에도,,,
영화가 만드는 풍경들이 모두 아름다운 회화를 보는 것 같은데, 특히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가 산책 후 돌아와 함께 보내는 공간인 부엌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화로가 있는 벽 앞 식탁 촛불 아래에서 귀족인 엘로이즈가 수프를 나눠주고 마리안느와 하녀도 같이 준비해서 저녁을 먹는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신분제 사회가 아닌 듯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귀족, 평민, 하녀의 시스터후드. 와인을 마시며 엘로이즈는 오르페우스 스토리가 담긴 책을 읽어주고 자수를 놓던 하녀는 오르페우스의 행위를 비난하는데, 엘로이즈는 오르페우스의 아내(에우리디케)가 뒤돌아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그녀의 선택.
아마도 엘로이즈는 예정된 이별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으로 에우리디케와 겹쳐본 것 같다, 결혼이라는 지옥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슬픔에 겨운 두 사람은 후회하지 말고, 기억하자며 서로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간직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밀도 있었던 그들의 사랑이었고, 이후 시간을 견딜 만큼 단단한 추억이 되었다.
이 영화를 본 후 듣는 비발디의 사계 여름은, 회한과 기쁨이 교차하던 엘로이즈의 클로즈업된 얼굴과 그녀를 멀리서 발견하고 응시하는 마리안느와 같이 흘러가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