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이 찾아온 지 2년 여가 지나면서 나는 스스로 정신적으로는 거의 회복되가고 있다고 좋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정신적 번아웃과 함께 찾아온 신체 여기저기의 고장은 다시 정신줄을 꽉 잡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다.
내가 아이이던 시절에,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문구를 자주 보곤 했었다. 어느 날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른 이 문구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나는, 머릿속에 그 의미를 주입해서 자꾸 반복해서 떠올리고자 노력한다. 같은 생각의 무한 반복은 내가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데에 동기를 부여해줬다.
지난 한 주는 체력이 얼마나 없던지 혼자 조용히 시름시름 앓았다. 내가 번아웃을 이기겠다고 운동이며 걷기며, 이것저것 해가면서 발악하는 속도보다 말도 안 되게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다가온 신체 고장은 내가 번아웃을 이기겠다고 짜 놓은 계획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발작적인 패닉이 언제 올지 모르니, 장기 운전도 피하게 되면서, 오늘도 기차를 타고 출근을 했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금요일 오전 10시. 기차 안에서 보는 시카고 도시의 풍경이 예뻤다. 어젯밤에 살짝 온 눈들이 햇빛과 오묘하게 섞여서 쨍하게 맑은 날씨를 보여줬다. 많이들 이야기하는 ‘삶에서 감사한 들을 찾아서 마음을 긍정적으로 다스려보자’ 하는 방법은 내게는 너무 억지 같고, 그런 건 나와 어울리지 않아 하지 않기로 했다. 기차에 가만 앉아서 밖을 쳐다보는데, 우연히 드는 생각 하나는 ‘이렇게 예쁜 풍경은 여전히 여기에 있구나’. ‘나는 오늘 예쁜 것을 보았구나’. 였다. 찰나로 지나가는 예쁜 풍경에 마음속에 감동이 있었다.
늘 거기 있던, 시각적인 자극이 주는 짧은 시간에 내 마음이 따듯해졌다. 나는 예쁜 것을 보고 예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예쁜 씬(Scene)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가감 없이 내 마음으로 가져왔다. 체력은 떨어져도, 몸이 좀 불편했어도, 그 상태의 나를 잘 보듬어가며 삶의 즐거움을 찾아가면서, 앞으로 끌고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