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 중에, 내 계산과 상관없이 튀어나오는 이벤트들로 생각이 휩쓸려 가는 일들이 생기는데, 어제가 유독 그러한 날이었다.
어제는 한 학생의 박사과정 졸업 논문 발표에 커미티로 참여하게 되어 오래간만에 출근길에 올랐다. 기차를 타고 지난밤과 새벽내 몰려든 이메일에 순차적으로 답장을 하고, 노래도 듣고, 나름 차분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 Healy라는 기차역에서 기차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서 있었다.
40분이나 딜레이가 되는 동안, 몇 번 방송이 나왔는데, ‘건너편 레일에서 오던 Amtrak (암트랙) 기차가 사고와 연관돼있다’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천천히 다시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우연히 밖을 내다보았는데 처음에는 레일에 신발 한 짝, 그다음 보이는 것은 가방, 그다음은 30명 정도의 경찰 앞의 기차 레일 안에 흰 천으로 덮인, 마치 몸을 새우 자세로 쭈그려 누운 사람의 형태가 보였다. ‘에이, 설마, 저게 사람이겠어? 설마 지금 이 사고가 사람이 죽은 사고였겠어?’ 하고 학교에 도착했다.
졸업 논문 발표에 들어가서, 학생의 발표를 들었다. 나는 이런 형식을 갖춘 미팅에서 영어로 말해야 할 때는, 완벽하지 않은 내 영어로 오해를 살만한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준비한 말만 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제는 이상하게 나의 뇌가 준비한 질문을 거절하고, 입으로 전혀 다른 말을 하게끔 만들었다. 말을 하면서도, 아 오늘 이상하네? 하는 자각을 했다.
논문 발표가 끝나고, 다른 박사 학생을 내 연구실에서 만나, 오전에 기차가 딜레이 되었던 이야기를 했고, 그 친구는 혹시나 하고 인터넷 뉴스를 찾아보았다.
아침에 내가 보았던, 그 인영은 17살 고등학생이었다고 하는데. 누군가가 싸줬던 건지 모르겠던 가방 안의 도시락과 스낵이 막 흩날려서 레일 위에 뿌려져 있던 것이 내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았다. 그 아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인이 뭔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젊은 인생이 끝남을 보는 그 순간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예상에 없었던 일들이 눈을 통해 들어와 머릿속을 복잡하게 헤집었다.
https://www.chicagotribune.com/news/breaking/ct-fatal-amtrak-crash-teen-boy-20220428-uwipndclsrbbja6w5v6qbx6 zny-stor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