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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ssor Sunny Apr 30. 2022

휩쓸려 가보기

출근길에 예상 밖 사건

하루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 중에, 내 계산과 상관없이 튀어나오는 이벤트들로 생각이 휩쓸려 가는 일들이 생기는데, 어제가 유독 그러한 날이었다.


어제는 한 학생의 박사과정 졸업 논문 발표에 커미티로 참여하게 되어 오래간만에 출근길에 올랐다. 기차를 타고 지난밤과 새벽내 몰려든 이메일에 순차적으로 답장을 하고, 노래도 듣고, 나름 차분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 Healy라는 기차역에서 기차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서 있었다.  


40분이나 딜레이가 되는 동안,   방송이 나왔는데, ‘건너편 레일에서 오던 Amtrak (암트랙) 기차가 사고와 연관돼있다라는 말을 들은  같다.  천천히 다시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우연히 밖을 내다보았는데 처음에는 레일에 신발  , 그다음 보이는 것은 가방, 그다음은 30 정도의 경찰 앞의 기차 레일 안에  천으로 덮인, 마치 몸을 새우 자세로 쭈그려 누운 사람의 형태가 보였다. ‘에이, 설마, 저게 사람이겠어? 설마 지금  사고가 사람이 죽은 사고였겠어?’ 하고 학교에 도착했다.  


졸업 논문 발표에 들어가서, 학생의 발표를 들었다. 나는 이런 형식을 갖춘 미팅에서 영어로 말해야 할 때는, 완벽하지 않은 내 영어로 오해를 살만한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준비한 말만 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제는 이상하게 나의 뇌가 준비한 질문을 거절하고, 입으로 전혀 다른 말을 하게끔 만들었다. 말을 하면서도, 아 오늘 이상하네? 하는 자각을 했다.


논문 발표가 끝나고, 다른 박사 학생을 내 연구실에서 만나, 오전에 기차가 딜레이 되었던 이야기를 했고, 그 친구는 혹시나 하고 인터넷 뉴스를 찾아보았다.  


아침에 내가 보았던, 그 인영은 17살 고등학생이었다고 하는데. 누군가가 싸줬던 건지 모르겠던 가방 안의 도시락과 스낵이 막 흩날려서 레일 위에 뿌려져 있던 것이 내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았다. 그 아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인이 뭔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젊은 인생이 끝남을 보는 그 순간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예상에 없었던 일들이 눈을 통해 들어와 머릿속을 복잡하게 헤집었다.

 

 

https://www.chicagotribune.com/news/breaking/ct-fatal-amtrak-crash-teen-boy-20220428-uwipndclsrbbja6w5v6qbx6 zny-sto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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