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학청년 Dec 15. 2023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학교나 다양한 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던 20대와 다르게 30대가 되어보니, 만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물론 20대의 체력이 아닌지라 더 놀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이 글을 쓰던 당시는 아마 연말이었다. 다니던 회사의 송년회를 처음 가봤는데, 생각보다 유쾌하고 분위기가 좋았었다. 나는 일을 하면서 잘 마주칠 일이 없는 다른 부서의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가볍게 잔을 기울었다. 송년회가 거의 끝날 무렵, 타 부서 상사와 곧 결혼예정인 상사의 여자친구(같은 회사에 다닌다), 그리고 오랫동안 일을 하다 최근에 그만둔 친구와 자리를 옮겨 더 마시기로 했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 취기가 올랐지만, 다행히 술집까지 들어가는 데 문제 없었다. 그렇게 서로 얘기를 나누다, 그 상사가 먼가 기분이 상한 눈치였다. 나도 술을 마신 상태라, 혹시나 내가 무슨 말실수를 했나 싶어, 사과를 드렸다. 그런데 상사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밖에서 따로 얘기를 하자고 했고 그렇게 밖에서도 얘기를 하다 나 또한 그때 화가 나 서로 다툼으로 이어졌다. 집으로 곧장 간 나는 도저히 내가 왜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몰라 억울해서 다음 날 출근을 하지 않겠다고 같은 부서 대리님과 과장님께 문자를 드렸다 또 같이 있었던 상사의 여자친구한테도 억울함을 얘기했고 나는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출근을 할 수 없다고 문자를 드렸다. 그러고는 냅다 나는 잠을 자버렸다. 술에 아직 덜 깬 상태로, 새벽에 눈을 떠 천천히 나는 벌어진 일을 다시 곱씹어보았다.


‘내가 혹시 무슨 실수를 저지른 거지? 나도 술에 취해 어느부분에서 실수를 해서 기분 나쁠만한 일을 만든 게 아닐까’


천천히 생각에 잠기다, 나는 다시 장문의 문자를 상사의 여자친구한테 보냈다. 어느 부분에서 내가 혹시 기분을 상한 행동이나 말을 했다면 사과드리고, 다시 그분에게 정중히 사과를 드리겠다고.

그날은 내가 오후에 출근하는 날이었다. 차를 근처에 대리를 불러 주차를 해 놓아서 차도 가지러 갈 겸 사과를 드리러 아침에 회사를 갔다. 먼저 어제 그만두겠다고 말한 같은 부서 분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씀드리고 나는 사과를 드리고 얼른 일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또 내가 혹시나 어떤 실수를 저질렀나 내심 스스로에게 한심함을 느꼈다.


타 부서 사무실 문 앞에서 나는 편한 차림으로 그분을 기다렸다. 잠시 뒤 순찰을 갔다오던 상사는 얼굴을 비췄다. 나는 정중하게 어제 있었던일에 대해 술을 먹고 실수를 저지른 거 같다고 말하고는 죄송하다 연신 사과를 드렸다. 다행히도 그 상사도 신경쓰지 말라며 사과를 받아주었고 어떤 오해가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 오해는 본인의 여자친구를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거 같았다며 말을 했다. 술을 마셔 전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나는 어제의 상황을 어느 정도 기억을 하는 지라 분명 그 이유는 아니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서로 대화를 나눴으니 더 얘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나는 한달에 한 두번 먹을 까 하는 술을 더 줄였고 나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웬만하면 술자리를 만들지 않거나 거의 마시지 않게 되었다. 흔히 가끔 말하는 술을 같이 마시면 안되는 유형의 사람들과 그런 일을 겪고나서부터 나는 어느 정도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행동을 할때도 조심스럽게 움직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생각했다. 좋든 나쁘든 그 일이 오히려 나를 변화시킨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긍정적인 방향을 생각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