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읽고
#마의산_토마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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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의 삶이 이번 생에서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을 기준으로 다음 생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과연 어떻게 삶을 살 것인가? 일상의 사사로운 사건들에 연연하다가 정작 아무것도 깨닫지 못해서 다음 생도 이번 생과 똑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다면, 그래도 당신은 이대로 살 것인가? 결국 중요한 것은 이번 생을 잘 사느냐 못 사느냐가 무엇에 달려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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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7년 전, 한스 카스토르프를 주인공으로 하는 교양소설이다. 그는 ‘마의 산’, 즉 스위스 고산 지대인 다보스에 있는 폐결핵 요양원인 ‘베르크호프’로 폐병으로 입원해 있던 사촌 ‘요하임 침센’을 문병하기 위해 온 것이다. 원래는 3주간 머무를 예정이었으나 그곳에서 요양 중인 러시아 출신의 매혹적인 ‘클라브디아 쇼사 부인’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7년간 그 요양원에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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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프는 그곳에 입원해 있던 이탈리아 출신의 계몽적·도덕적, 인문주의자인 ‘세템브리니’, 금욕적 예수회 출신으로 독재를 찬양하고 공산주의의 도래를 외치는 ‘나프타’, 그리고 네델란드 출신의 거물 ‘페퍼코른’ 등 다양한 인물과의 만남을 통해 정신적인 성장을 이룬다. 특히 어느 날 스키를 타고 산으로 갔다가 눈보라를 만나 오두막에 갇혀 꿈을 꾸었는데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을 다음과 같이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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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이 고귀한 존재며, 대립은 고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인간은 대립을 다스리는 주인이고, 대립이란 인간으로 말미암아 존재하는 것이므로, 인간이 대립보다 더 고귀한 거야. 인간은 죽음에 종속시키기에는 참으로 고귀한 두뇌의 자유를 가졌기 때문에 죽음보다 고귀한 존재야. 마찬가지로 인간은 삶에 종속시키기에는 참으로 고귀한 정신의 경건함을 가졌기 때문에 삶보다도 고귀하다. (…) 나는 이를 잊지 않을 것이며, 선하게 살고자 한다.”《마의 산》하권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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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토르프는 눈 속에서 조난을 당해 사투를 벌이면서 세템브리니와 나프타의 논쟁과 대립이란 것들이 얼마나 모순되는 것이며 하찮은 것인지를 느끼게 된다. 또한 죽을 수도 있는 극한 상황의 경험을 통해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다. 우리의 삶은 죽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결국 미래 언젠가 파멸할 운명을 타고났다. 육체를 가진 인간은 누구나 파괴되고 언젠가는 없어질 유한한 존재이기에 우리의 삶의 허무함 그 자체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에 언젠가 죽음이라는 사건을 통해 파멸되어 사라져 버릴 수 있을지 몰라도, 절대로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과 겨루어서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우리의 삶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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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게나. 네가 살아 있든 그래도 사라지든 간에 말이야! 너의 앞날이 밟짐만은 않을 거야. 네가 말려 들어간 사악한 무도호에서 앞으로 몇 년간은 죄 많은 춤을 출 것이기 때문이지. 네가 살아 돌아오리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겠네. (…) 온 세상을 뒤덮는 죽음의 축제에서도, 사방에서 비 내리는 저녁 하늘을 불태우는 열병고도 같은 사악한 불길 속에서도, 언젠가 사랑이 샘솟는 날이 올 것인가?” 《마의 산》하권 p726~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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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따뜻한 봄날에 꾸는 꿈이고 죽음이란 그 꿈에서 깨어나 깨달음을 얻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내가 다른 무엇보다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헛된 것인지도 모른다. 드넓은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오늘도 나는 절망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삶 자체가 고통이라는 사실을 알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라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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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의 광경들은 가까이에서 보면 마치 아무런 인상도 주지 못하는 거친 모자이크 그림들과 같다. 그것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멀리 떨어져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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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들에만 매달리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자신만의 꿈과 이상을 향해 더 높이 비행하며 살아가자. 눈앞에 이익만 추구하며 아웅다웅하며 살지 말고, 가장 높은 경지로 날아가 고결한 존재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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