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싯다르타』는 두 주인공 싯다르타와 그의 친구 고빈다가 속된 현실의 세계를 떠나서 자기 발견을 위한 구도자의 길을 떠나는 정신적 여정을 보여 준다. 이 소설은 소년 싯다르타, 장년 싯다르타, 노년 싯다르타,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싯다르타는 인도의 사성계급 가운데 가장 높은 브라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지식욕에 불탔으며 총명해서 위대한 현인이자 사제가 될 아름다운 소년으로 성장했다. 싯다르타는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기 때문에 모두가 그를 사랑했다. 특히 그의 친구이자 브라만의 아들인 고빈다는 그 누구보다 더 싯다르타를 사랑했다. 하지만 싯다르타 자신은 스스로에게 기쁨을 주지 못했다. 싯다르타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사랑, 친구 고빈다의 사랑도 영원토록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지도, 만족시켜 주지도 못할 것을 알았다. 또한 지혜로운 브라만들의 최고의 지혜로도 정신적 만족이나 영혼의 안정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싯다르타는 그의 친구이자 그림자인 고빈다와 함께 사마나의 길로 들어선다. 두 젊은이는 사마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수행을 한다. 어느덧 수행한 지 3년 정도 지났을 무렵에, 우연히 싯다르타는 세존 고타마와 만나 고타마 싯다르타의 가르침 그 자체로부터 해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는 그곳을 떠나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는 더 나은 가르침을 찾기 위해서 떠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탈을 얻을 수 있는 구도자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진정한 깨달음은 누구에게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싯다르타는 지금까지 외부에서 삶의 해답을 찾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그는 어떠한 가르침보다도 자기 자신한테서 배울 것이며, 자기 자신의 비밀을 알아낼 것이라고 결심했다.
강가에 있는 뱃사공의 초가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날이 밝아오자 싯다르타는 뱃사공에게 강 건너로 실어다 달라고 부탁한다. 카말라를 만나 제2의 삶인 속세의 삶, 쾌락의 삶이 시작된다. 그는 카말라의 소개를 받아 상인 카마스와미에게서 사업하는 법을 배워서 많은 돈을 벌었다. 싯다르타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부유함도 맛보았고, 환락도 맛보았으며, 권력도 맛보았다. 하지만 그는 무사안일한 권태로운 생활에 휩싸여 지치고 지겨운 삶이 엷은 안개처럼 드리웠다. 자신을 받쳐주던 확고부동한 지주였던 단식, 사색, 기다림이라는 세 가지 재주 가운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어린아이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이제 그 도시에서 빠져나와 강기슭에 서 있던 싯다르타는 젊은 시절 이 강을 건너게 해 준 뱃사공 바주데바를 만나서,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한다. 싯다르타는 자신의 말을 그렇게 귀담아 들어준 바주데바에게 경청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자 바주데바는 싯다르타에게 우리는 강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노자의 『도덕경』 제8장 첫머리에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나온다. 노자는 ‘도’를 물에 비유하면서 우리에게 물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물은 언제나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른다. 삶이 물처럼 그 자체로 흘러가게 내버려 둬야 한다. 그저 강물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긴 채 흘러가면 된다. 그 흘러감 자체에서 우리는 궁극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싯다르타도 이제 자신의 인생이 한 줄기 강물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인생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소년 싯다르타는 장년 싯다르타와 노년 싯다르타로부터 단지 그림자에 의하여 분리되어 있을 뿐, 진짜 현실에 의하여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직 우리의 인생이 미완성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전체를 볼 수도 없고, 전체를 행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만약 과거나 현재의 마음속 혼란과 불행한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더는 이루어야 할 꿈을 가질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느냐이다. 지금 잠깐 불행하고 절망스러운 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해서 망쳐 버린 인생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삶은 먼 훗날 인생이라는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p.s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나의 두 번째 책 《나는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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