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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정 Jan 06. 2022

새해에는 왕게임을! 갈레트 데 루아와 성현절

 1월 초 프랑스에선 왕게임이 성행한다. 낮이고 저녁이고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왕게임을 즐긴다. 신년맞이 모임이 많으니 그럴까, 하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낮과 밤에 관계 없이 전 연령층이 모여 왕게임을 한다고 하니 그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놀기 좋아하는 프랑스인이니까,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프랑스에서 1월에 하는 놀이는 한국에서 하는 왕게임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처럼 가톨릭 문화권의 명절인 1월 6일 성현절에 하는 민속 놀이다. 성현절은 아기 예수를 동방박사가 발견한 날이지만, 그 기원은 훨씬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지와 하지에 태양신 아폴론을 기념하던 전통이 가톨릭 문화가 융성하며 성현절로 바뀌게 되었다.



 놀이의 진행 방법은 간단하다.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라는 주로 아몬드 크림을 넣은 과자에서 도자기 모형을 찾은 사람이 그 날의 왕이 된다. 왕은 준비된 왕관을 쓰고 남은 갈레트 조각을 분배할 권리를 갖는다. 하루 종일 왕이 되어 기쁜 기분도 얻고!


  귀여운 전통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다. 갈레트를 나눠 먹는 사람  아이가 있다면, 가장 어린 아이가 왕이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사실. 각양각색 모양을 지닌 도자기 모형는 귀엽고 예뻐서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동심 어린 아이가 어른들 사이에서 왕이 된다면 분명 즐겁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하여, 아이가 탁자 밑에 숨어서 어른들이 자른 조각   번째를 고르도록 배려한다. 그리고 아이가 어떤 조각을 고르던 도자기 모형을 아이에게 준다. 아니면 자르는 사람이 도자기 모형을 발견하면  조각을 아이에게 주기도 하고. 어떤 방법이든 따뜻한 마음이 가득하다.



 이 도자기 모형에도 재미난 상징이 숨겨져 있다. 도자기 모형은 프랑스어로 페브(Fève)다. 이는 콩을 의미한다. 콩은 작지만 키우면 어느 땅에서나 쑥쑥 자라 훌륭한 식량이 된다. 그래서 중세 프랑스에서는 콩이 풍요와 결실의 상징이 되었고, 이를 갈레트 데 후아에 넣어 새해의 풍년을 기원했다. 그러다 19세기 프랑스 제2제정 시기에 도자기로 모형을 만들어 넣는 방식이 유행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다.


 현재는 종교나 중세 전통과 상관 없이 새해 문화로서 갈레트 데 루아를 즐긴다. 바삭바삭한 겹반죽(Pâte feuilletée)에 아몬드 크림이나 프랑지판 크림을 넣어 달콤하다. 겹반죽 특유의 식감이 입맛을 돋우고 안에 든 부드러운 크림이 입을 달콤하게 유혹한다. 마음 같아서는 하나 통째로 다 먹을 기세!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 프랑스에 온다면 갈레트 데 루아와 함께 달콤한 신년을 보내시기를 추천한다. 참고로 프랑스 대부분 지역은 겹반죽으로 만들고 프로방스 지방은 브리오슈 반죽으로 만드니, 그쪽 지방을 여행한다면 비교해볼 수 있다. 제과점이나 빵집에서 만든 갈레트 데 루아는 새해에만 할 수 있는 특별 달콤한 경험이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1월에 갈레트 데 루아를 판매하는 곳이 많아지는 추세이니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그럼, 글쓰기를 마쳤으니 이제 갈레트 데 루아를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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