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가족의 질병으로 병원을 많이 찾았다. 한국에서 병원이라 하면 당연히 서양의학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의학이다.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나의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서양의학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중국에서 교류하던 사람들의 영향으로 중의학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러나 중의의 설명체계에 동양철학의 종교적 색채가 녹아 있어서 나에게 또 다른 심리적 불편감을 주었다.
허브를 배우는 내내 나는 꽤나 진지하게 의학사와 관련된 이런저런 자료들을 많이 조사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의 의학의 출발점은 철학. 철학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종교와 의학, 과학의 역사로 이어진다. 쉽게 말해 초기에는 철학자가 종교적 신념을 만들기도 하고, 의사도 되고, 과학자도 되었다.
20세기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에서 처음 탄생시킨 단어 #패러다임, 즉 인간의 사고체계의 변화로 과학이 진보한 것처럼, 의학사도 과학사처럼 사고체계의 변화로 진보해 왔다.
히포크라테스(BC 460~)가 제시한 체액병리설(Humoralism)이 2,000여 년 동안 절대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19세기에 새로운 설명체계인 특정병인론(Germ Theory of Disease 1861)이 받아들여졌고 현대의학은 수술, 방사선, 약학 3요소를 토대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러나 지난 100여 년 동안 인간의 생활습관과 주거환경은 인류역사에 걸쳐 비교해 본다면, 너무도 짧은 시간에 너무도 많이 바뀌었다.
의학사를 공부하며 떠오른 키워드 #패러다임.
패러다임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하나의 설명도구일 뿐이다. 현재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등장할 경우, 언제든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교체될 수 있다.
현대의학은 불과 한 세기만에 한계에 부딪친다. 주요 원인은 아래 3가지
1) 환경과 면역력
2) 성인병과 스트레스
3) 항생제의 내성문제
현재의 의학교육체계에서 그 어느 의학분야도 홀로 온전하고 절대적인 건 없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 보완대체의학(CAM)은 질병을 바라보는 눈부터 다르다. 그러나 각각의 의학적 체계에는 나름의 장점들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각각의 장점을 뽑아 쓸 수 있는 조합적 테라피(combination therapy)가 가능한 코디네이터이다.
2. 식물을 바라보는 시각
식물이 광합성에서 출발하여 약용성분(Phyto-chemical)을 만들어 유효작용(Phyto-action)으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이 긴 여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경이롭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유효작용이 다양한 향, 맛, 색으로 나타나 우리의 오감을 즐겁게 해 준다.
모든 의약치료의 본질은 식물의 약효에 의존한다. 인간의 생명이 식물에 의존해야 존재가 가능하다.
식물과 인간과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고 소중하구나.
한양도성 백악구간에서 본 서울
3. 건강을 바라보는 시각
탈모카페에 들어가 보면 원형탈모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앞으로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건강문제는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나부터도 의사 선생님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존재가 된다. 뉴질랜드녹색의학협회의 강의내용 중 내 마음에 확 들어온 대목이 있었다.
전문가란 누구인가? "단언컨대, 이건 이거다" 말할 수 있는 사람
정확한 지식에 근거하여 적용해 보고 얻은 살아있는 지성 50% + 비이기적 휴머니티 50% = 100%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라는 설명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professional은 소명의식(calling, vocation) 즉, 도덕적 특성이 연관된다.
“단언컨대”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단어이다. 그러나 더 어려운 건 진정한 의미의 휴머니티다.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이 너무도 많은 지금 이 시대에 도덕적인 전문가라... 왜 세상에 수많은 부작용과 오류들이 가득한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므로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나의 저녁식사도 아니고 나의 건강 전체를 맡기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 아닐까!
영화 줄리앤줄리아 한 장면
마치 요리사가 어떤 재료를 써야 하는지 알고 자유자재로 원하는 맛의 음식을 만들어 내듯, 건강문제에서도 내가 주체가 되어 전문가의 제안과 치료를 유연하게 생각하고 필요한 것을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치료과정에서 오는 비용부담, 부작용, 시간낭비, 좌절감 이 모든 고통은 오직 환자와 가족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우리에게 분별력과 통찰력, 전체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결론은 질병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 전에 신속히 바로잡는 것, 이것이 현실적인 최상의 방책. 항상 그렇듯이 진리는 쉽고 단순하다!
좌충우돌 탈모치료제를 찾기 위한 나의 긴 여정, 만족스런 해결책은 찾지 못했지만, 허브를 공부하면서 그래도 얻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