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분야 베테랑이 아니다. 더욱이 웰니스라는 단어는 나의 생활과 크게 접점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여행전문가들 앞에서 웰니스를 논하다니... 지금부터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나는 남편의 탈모치료제를 만들 방법을 찾고 있었다. 나의 남편은 전신탈모증을 겪고 있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녀며 다양한 치료를 시도해 봐도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 자가면역질환아라며 원인도 명확히 답해 주지 못했다. 이럴 바엔 남편의 탈모치료제는 내가 직접 만들어 보겠노라!
나의 근거 없는 자신감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코로나이슈가 터지기 전 우리는 말레이시아에 있었다. 말레이시아 전체가 락다운이 되어 모든 항공편이 취소되었고, 주유소도 문을 닫았다. 그렇게 2달 동안 집 안에만 있어야 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 이럴 바엔 제대로 땀이나 내보자는 마음으로 집안에서 매일 2시간씩 운동을 했다.
한 달이 지날 무렵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모공이 수축되어 거의 4년이 다 될 동안 머리털 한가닥 날 거 같지 않던 매끈한 남편의 두피에서 검은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은 하얀 솜털이 자랐다가 다시 빠지기를 몇 번 했었지만 이렇게 건강하고 검은 머리카락이 전체적으로 나는 건 처음이었다.
희망이 되살아났다. 뭔가 살짝 물고를 터주면 되겠다 싶어 약용식물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열심을 다했다. 반년 후 나는 뉴질랜드 GMANZ 국제허벌리스트와 파이토테라피스트 자격을 취득하였다.
이번에 느낌이 좋아! 비어있는 부분이 다 메워질 거 같아!
머리카락이 정수리 주변부터 메워지면서 점점 두피전체로 확장되기 시작했지만 뒤통수 쪽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바둑의 복기하듯 남편과 나는 4년 전 처음 탈모가 시작됐을 때 아쉬웠던 점들을 재점검하고 보완해 병원치료와 허브요법, 식이조절 3가지를 조합한 통합의학적 테라피로 승부수를 띄웠다.
자연의학적 관점에서 본 원형탈모의 발생원인은 면역계의 문제도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신경계, 내분비계, 환경 그리고 식단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래서 식단과 생활환경을 먼저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곳에서 어떠한 부분이 발현점(Trigger)으로 작동하는지 살펴보고, 이로 인해 내분비계와 면역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어떤 약이나 어떤 허브를 사용할 것인가 보다 음식과 환경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먼저다.
희망 속에서 또 한 번 정성을 다했는데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다시 빠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후 앞이마라인이 무너졌다. 또다시 전신탈모가 재발된 것이다. 피로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갑자기 눈앞에 길이 사라져 버린 기분이 들었다.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