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픽로그 K May 20. 2022

콘텐츠 리뷰 : 사망여각

고전 콘텐츠 뿌수기

고전 콘텐츠 뿌수기 두 번째 콘텐츠는 <사망여각>이다. 2016년 텀블벅에서 펀딩을 했고, 정식 발표는 2021년 4월. 현재 스팀 및 여러 게임 사이트에서 2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다. 사실 나는 할 줄 아는 게임이 테트리스와 지뢰찾기일 정도로 게임을 정말 못하는 편이라.. 이런 게임이 있는 줄도 몰랐다가, 최근 고전을 활용한 콘텐츠를 찾다가 발견했다. 알고 보니 나만 몰랐고 제법 유명했던..! 역시 세상은 넓고 콘텐츠는 많다.


'자고로 리뷰를 쓰려면 게임을 다 해봐야지!' 라는 당찬 포부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2시간만에 첫 보스를 깨고 두 손 두 발 다 들고 GG 선언했다. (워낙 게임을 못하니까 넘 힘들었..ㅜㅜ 역시 최고의 게임은 테트리스) 이거 엔딩 보려면 회사 출근 안하고 일주일을 꼬박 해야겠네 싶어서 빠르게 포기했다. 근데 이건 내가 너무 게임을 못해서 그런 거고 다른 분들 보니까 엔딩 찍은 분들도 많았다. 그러니 혹시 이 리뷰를 보고 겁먹는 분은 없기를 바란다.


2016년 텀블벅 펀딩하고 2021년 출시, 5년 간의 공백이 있던 만큼 생각보다 관련 자료가 별로 없다. 아마 출시 후에 혹평이 많은 것도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 텀블벅 페이지에 '게임이 더 궁금하신 분은 이 글을 읽어보세요~'하면서 인터뷰랑 트위터 등등 링크를 올려줬는데, 트위터랑 페이스북은 페이지가 삭제됐다고 떠서 현재 접할 수 있는 건 인터뷰 밖에 없었다. 인터뷰에도 게임 관련 내용만 많아서 아쉬웠다. 주인공 아름 캐릭터는 바리공주를 모티브로 했다는 내용과 "캐릭터나 기타 스토리에 대한 정보는 차후 공개한다"는 내용이 전부였음. 캐릭터 관련해서는 나무위키에 정보가 가장 많았다.


이번 리뷰는 철저하게 스토리 및 고전 관련 리뷰이다. 찾아보니 "한국형 ~~~" 하면서 게임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전부터 꽤나 주목받았고, 출시 후에 리뷰도 많더라. (내가 아는 몇 안되는 게임 유튜버 메탈킴이 남긴 영상 리뷰도 있음) 나는 게임 관련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만! 바리공주 모티브 부분만 리뷰를 남기려고 한다. 아마 게임을 직접하지 않고 유튜브 요약본으로 줄거리와 엔딩을 본 만큼 내가 놓치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전공자의 소재 활용 방안 체크! 정도로 생각하고 봐주시길.


그럼 리뷰 시작~~~





<사망여각>은 한국 신화 바리공주를 모티브로 한 게임이다. 텀블벅 소개글부터 "바리공주 설화를 담은 '사망여각"이라며 바리공주를 전면에 내세운다. 바리공주야 뭐 동화책으로도 많이 만들어졌고, 황석영 작가의 소설 바리데기도 있을 정도로 워낙 유명한 이야기다. <사망여각>의 바리공주는 어떨까? 바리공주 이야기에서 어떤 면을 차용하여 녹여냈을까? 이 지점이 가장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게.. 바리공주?"이다. 일단 바리공주를 전면에 내세우는데 그 의도를 잘 모르겠다. 주인공 아름이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저승으로 향하는 것으로 게임이 시작하는데, 게임에서 바리공주를 찾아볼 수 있는 지점은 이때가 유일하다. 뒤로 가면서 저승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권력다툼이 내용의 주를 이룬다. 물론 서천꽃밭이나 바리공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꽃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의 아이템으로 작용할 뿐, 게임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설화의 주요 줄거리 요소만 따서 가져오면 그게 모티브인 건가? 싶은 거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저승으로 간다"는 설정 이외의 남은 빈 자리를 어떻게 채웠느냐, <사망여각>은 그 자리를 여타 한국 설화 속 소재로 채웠다. 게임 내내 바리공주와 함께 돌아다니는 두꺼비 두꺽시니는 콩쥐팥쥐 속 콩쥐를 도와주는 두꺼비를,  저승으로 가기 위해 배 위에서 강으로 뛰어드는 장면은 심청이를 떠오르게 한다. 그 밖에도 8명의 보스에 속하는 그슨새, 불가사리 등 고전 속 괴물도 섞여 있고, 염라대왕이나 저승사자 등 한국의 저승관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유명한 것들을 이리저리 모아 놓았달까? 말은 바리공주인데 바리공주가 아닌? 아니 콩쥐팥쥐+심청이+괴물+저승인데 그게 어떻게 바리공주냐구..!


주인공 아름이 저승으로 가기 위해 배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심청이가 떠오른다. (출처 : 게임조선, "친숙하지만 낯선 이야기, 맛있게 여물어가는 '사망여각'")


바리공주의 핵심은 딸이라고 무시하며 바리공주를 버린 아버지와, 그럼에도 아버지를 위해 저승으로 향하는 바리공주의 모습인데 세상 다정한 부녀라니?! 둘이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았다는 설정이라니?! 이건 차라리 심청전에 가깝지 않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뒤에 이어지는 조력자, 저승사자, 보스 중에서도 바리공주 속 등장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무장승는 보스 중 한 명으로 등장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웠음) 이 부분은 인터넷을 뒤지던 중 찾은 다른 인터뷰에 내용이 더 있었는데 내가 느낀 것처럼 '아버지를 위해 저승으로 가는 딸'만 가져왔고 나머지는 기타 설화에서 채웠다고 한다. 인터뷰를 읽으면서 더더욱 바리공주를 전면에 세운 게 이해되지 않았고, 또 제작자가 게임에 담고 싶었던 것은 '한국의 저승관', 나아가 저승에 제 발로 가는 사람의 자세나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런 부분이 더 잘 드러나는 설화를 골랐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바리공주를 모티브로 했다고 전면에 내세웠을 때, 사용자가 갖게 되는 기대감이 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걸 마블에 비유하자면, 캡틴 아메리가 영화라고 해서 보러 갔는데 나약했던 캡틴이 혈청 맞고 힘이 세지더니 특유의 충성스러움, 우직한 성격 다 사라지고 갑자기 아이언맨 같이 능글맞아지는 그런 느낌인 거다. 혈청 맞고 죽지 않는다고 캡틴 아메리카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아버지 구하러 저승에 간다고 해서 그게 바리공주인 건 아니다. 정작 중요한 바리공주 요소는 다 사라졌다니ㅠㅠ


개인적으로 제주도 신화 <허웅애기본풀이>를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이가 여럿 있는 허웅애기가 염라왕의 부름을 받고 저승으로 갔는데, 아이들이 걱정되어 저승과 이승을 오가다가 결국 발각되어 저승과 이승의 왕래가 끊겼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어쩌다 산 사람이 저승에 갈 수 없게 됐는지, 그 유래를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아이가 엄마를 찾아 저승에 갔는데 엄마는 사라져 있었고, 엄마가 저승과 이승을 오갈 수 있었던 건 어떤 음모가 있어서이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사망여각>의 스토리를 짰다면 그게 지금과 크게 달랐을까? 오히려 바리공주를 전면에 내세운 것보다 반감이 적었을 것 같다. 한국의 저승관도 잘 드러나고.. (주관적인 생각임)


중심인물 떼샷. 출처 : 더 게임스 데일리 "네오위즈 '사망여각 데모 버전 공개" http://www.tg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


사실 인터넷을 뒤져보면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이런 점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듯 하다. 동양풍을 좋아해서 괜찮았다는 리뷰도 꽤 많았다. 그래서 나의 리뷰가 조금 피곤하다거나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전공자의 입장에서 적어도 '한국 설화 재해석/재창작'을 내걸려면 조금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사망여각>도 "한국 고유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K-콘텐츠"라며 닌텐도 스위치에 출시됨)  사실 이런 식으로 유명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져와서 만든 콘텐츠들이 정말 많다. 중심이 되는 설화의 주제나 세계관은 무시하고 특정 요소만을 뽑아오는 경우 말이다. 전공 분야에서 수많은 연구나 분석들이 쏟아지는데, 정작 관련 콘텐츠에는 반영이 안 되는 것 같아 속상하다.


두서없는 두 번째 리뷰를 마친다. 다음에는 '한국적 요소 재창작'을 내세운 망작, 제주도 신화월드를 리뷰해보려 한다. 신화월드 욕할 게 너무 많음. 잊고 있었는데 오늘 글 쓰다가 생각났다ㅎㅎ 그럼 이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