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태생적으로 덕질을 안 좋아하는 인간이 맞다.
내게 덕질은 너무나도 귀찮고 또 어려운 일이다.
그런 내가 중1이던 14살부터 사회인이 된 26살 지금까지 해바라기마냥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하는 보이그룹이 있다.
바로 2010년대에 히트곡들을 수없이 냈던 ’인피니트’.
2010년 6월 9일, 당찬 모습으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은 어느덧 데뷔 14년 차 프로 아이돌이 됐다. 정말이지 자랑스럽다.
나에게 인피니트는 나의 첫 아이돌이자 마지막 아이돌, 그리고 누구나 인정할 2세대 K팝 레전드다.
언제 꺼내봐도 웃음 짓게 되고 괜히 뭉클한 내 추억이자 청춘이다.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는 그룹이다.
아, 이게 무슨 어불성설이냐고?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덕질’이란 ‘덕질할 대상이 계속해서 새롭게 존재해야 하는 경우’다. 난 무엇을 좋아하든 깊게 좋아하지도, 관심이 그닥 오래 가지도 않는다. (특히 그게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가 아니고 연예인 자체라면 더욱)
드라마나 영화 덕질은 가끔씩 하는데, 사람 덕질은 잘 안 한다. 관심 가는 연예인이 있어도 사진 몇 번 보는 것으로 끝이다. 사진 저장은 간혹 가다 한두 번 할까 말까 할 정도. 호감 가는 그 연예인이 뭐하고 사는지 당연히 안 궁금하다.
사실 나는 학창시절에 인피니트를 좋아해서 덕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면 그 당시 난 그저 인피니트와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좋았던 거였다. 그들을 덕질하면서도 사실은 내가 우선이었다.
내 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파진 않았다.
학교 빠지고 음악방송을 가거나 오프라인 행사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는 건 내게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콘서트 가는 것만큼은 좋아했다.
올 밴드 라이브로 큰 공연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듣는 건 너무도 행복했다. 그러나 콘서트 티켓팅에 실패하면 취소표나 양도표를 구해보려는 노력도 없이 깔끔히 포기했다. 그땐 학생이었기 때문에 내 본분인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끔은 우선순위가 그들이 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내 일상생활에 지장 받지 않을 만큼 최대한의 노력을 하며 누리고 싶은 즐거움을 누렸다. 그래서 좋은 추억들만 그렇게도 많은가 보다.
무언가 깊게 좋아하지 못하는 내가 아이돌이었던 그들을 깊게, 그리고 오래 좋아할 수 있는 이유도 결국 내 과거의 일부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원체 추억을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성격이어야지 말야. 이 영향이 가장 컸을 것 같다.
난 ‘사랑’이라는 말을 살면서 그렇게 많이 내뱉어본 적이 없다. 거짓 섞인 사랑 고백은 또 절대 못 하는 사람이라 그때의 난 얼마나 진심이었을지.
의도했던 일도 아니었는데 내 안에 차오르는 사랑으로 인해 내가 더 강해졌었다. 놀라울 정도로 많이 좋아하고 응원했기에, 그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내 행복했던 과거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난 그 기억으로 힘을 얻고 있다.
아마 난 그들로 인해 내 소중한 추억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끝까지 이들을 좋아할 거다.
그니까.. 오빠들, 앞으로도 사고 치면 안 된다.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