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모두가 ‘갓생’을 살아야만 할까?
꽤나 예전에 인스타그램에서 캡처해 두었던 사진이다.
보자마자 딱 맞는 비유라서 박수를 쳤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상어나 고래에 가깝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은 플랑크톤, 등 푸른 고등어인데 이제 상어나 고래가 되고 싶어 하는. 나는 원체 꿈이 큰 사람이고,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고, 늘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나조차 가끔은 세상이 피로하다고 느낀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민족답게 대한민국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 DNA가 있는 것 같다. 단기간에 최대한의 성과를 이루는 민족.
그런데 예전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은 부지런하다는데, 꼭 모두에게 그 ‘부지런한 DNA’가 있는 걸까? 알고 보니 그 DNA는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주입된 것이 아닐까? 강요된 것은 아닐까?
꼭 모두가 ‘갓생’을 살아가야만 할까?
나는 책을 매우 좋아한다. 소설, 인문학, 심리, 철학, 가끔은 에세이까지 나름? 가리지 않고 읽는다. 그런데 내가 절대 안 읽는 도서가 하나 있다.
바로 자기 계발 서적. 이 서적의 저자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말이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반대로 틀리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단지 내 삶의 지향성과 달라서 읽지 않는 것뿐이다.
비단 서적뿐만 아니라 요즈음 인스타그램 릴스를 내리다 보면, 유튜브 알고리즘을 둘러보면 수많은 ‘갓생 사는 법’,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쓰는 법’, ‘평범한 직장인이 2n살에 n원을 모은 방법’ 등의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다. 영상 속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말라고, 젊을 때 미리 준비해야 남들보다 더 빨리 돈을 모으고,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다고.
심지어는 자신의 애인에게도 퇴근하고 나서 공부하기를 강요하는 콘텐츠도 보았다. 주말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같이 도서관 가서 공부를 하자며. 그렇게 해야 젊은 나이에 더 ‘빠르게’ ‘큰‘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본인이 어떻게 살던지는 자유지만, 타인에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강요하면서 훈수를 두는 식의 영상 및 서적이 많아진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나는 맞고, 나처럼 살지 않는 너는 틀렸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피곤하다. 경쟁이 싫다. 각자 인생에서 1순위로 꼽는 가치도 다르고, 개개인의 인생의 속도가 있는 것인데 남들보다 앞서가야 하고 정상을 향해달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자신이 처한 처지가 어떻든 간에 본인만 만족하면 된다. 누구는 월 200만 원만 벌어도 만족할 것이고, 또 누구는 월 1000만 원을 벌어도 여전히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냥 각자의 속도에 맞춰서 나아가면 된다. 그 과정에서 옆을 돌아볼 필요는 없다. 나는 나의 산만 오르면 된다. 무한경쟁사회에서 휩쓸리지 않기란 힘든 법이지만, 남들에게 휩쓸리지 말고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자. 그 목표가 이미 달성한 것이라면 현재를 즐기면 되고, 아직 더 나아가야 한다면 계속 달리면 된다.
우리 모두는 다른 출발선에 서있고, 달리는 속도도 다르다. 세상에 토끼가 있으면 거북이도 있는 거고, 상어와 고래가 있으면 플랑크톤과 등 푸른 고등어도 있는 거다.
꼭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다.
꼭 내 에너지의 100%를 다 쓰면서 살아가지 않아도 괜찮다.
꼭 상어나 고래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이 시대 청춘들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