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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비오 Nov 18. 2023

역사의 흐름 그 한가운데 있는 음악

역사를 만든 음악가들 - 로르 도트리슈

 언젠가부터 주로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게 됐다. 요동치는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키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 차분히 신앙을 돌아보고 기대며 안정과 평화를 찾고 싶기도 했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클래식 음악들이 어느 순간 스며들듯이 내 안에 자리를 잡게 됐다. 그저 조용하고 어렵고 나와는 거리가 먼 음악들이라고만 여겼는데, 일순 차분하고 순간 집중하는 힘을 주고 그리고 신앙 생활에 있어서도 중세 유럽의 음악가들의 음악 또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유명해 나도 알고 있는 음악가들(교과서에서도 시험 때문에 외웠었던) 중심의 음악들만 관심이 가게 됐는데, 어느덧 다양한 음악가들의 음악도 편안하게 듣게 되면서 점점 음악에 대한 앎의 욕구가 생겼다.


 책에 소개된 13명의 음악가들 중에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과 같이 인지하고 있던(하지만 음악도 작가-제목 정도만 알고 있는) 음악가들도 있는 반면 절반 이상이 생소한 음악가들이었지만 여기저기서 음악을 접했었던 기억들은 있는 것들도 있었다.


 아울러, 그들 모두 순수 음악과 예술에만 전념한 것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시대를 살아가던 역사의 과정에서 ‘中心’에 있었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 역사의 한 순간들을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책의 서두에 쓰인 플라톤의 "한 나라의 국민을 알려거든 그 나라의 음악을 들어봐야 한다.”는 말처럼 치열하고도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들을 장식하고 있고, 나름의 방식대로 역사에 참여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


 절대 군주(태양왕 루이14세)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충성을 보여주며 이방인(이탈리아 출신)으로서 프랑스 사회의 중심에 서기까지 끝없이, 그리고 자신에게 가혹할 정도로 채찍질하며 권력욕과 출세욕을 드러내며, 결국에는 프랑스 음악의 절대자로 자리잡고야 마는 ‘장바티스트 륄리’.

 하지만, 결국에는 그렇게나 충성을 바쳤던 절대 군주에게 말미에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마는 아이러니한 삶을 살다간 그의 예술과 인생을 접하며, 올바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모차르트, 베토벤과 더불어 클래식 음악의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음악사적 인물로만 알고 있었던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마틴 루터를 추종하는 정통 루터파 신앙의 집안에서 태어나 종교 음악에 충실하며 루터교 예배를 위해 초점을 맞춰 창작활동을 했으며, 루터교 개신교 음악의 집대성이라 불리는 ‘마태 수난곡’ 등 그의 일생을 종교에 모든 관심을 기울였음을 새롭게 알게 됐다.

 자신의 아들들 또한 유명한 음악가라는 사실을 클래식FM 채널을 통해 알게 됐는데, 비록 루터교 중심의 개신교 신앙을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그가 창작을 할 때 신앙을 생각하며 어느 순간보다 경건해졌을 그 마음에 대해서는 인상이 깊게 남을 것 같다.


 절대적 신동에 천재이자 최고의 음악가로 꼽혀 누구보다 음악적 창작 활동에만 전념했을 것 같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삶 또한 흥미롭고 놀라웠다.


 프리메이슨 그룹(당시에는 젊고 유능한 사람들의 일종의 필수경로처럼)에 가입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며, 프리메이슨 집단을 위한 그리고 그 집단의 메타포를 음악에 드러내려고 했다는 사실은 순수 음악가로서 인식했던 모차르트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아울러, 그가 누구보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그 자신의 노름 탓이라는 것도 놀라웠다) ‘생계적 창작활동’을 했다는 것에 삶이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재능을 어떻게 제대로 활용하고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벨기에 출신이지만 프랑스로 건너와 작품 활동을 하고 프랑스 대혁명에도 적극 참여하여 많은 ‘혁명곡’을 작곡하며 투쟁의 전면에 나섰던 ‘프랑수와조제프 고세크’를 알게 된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단지 클래식 음악이 극장에서 음악으로만 남아 있는 것들이 아니라, 그 당시에는 어떤 것보다 치열한 민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이었고, 혁명의 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보면 역사와 동떨어진 음악이란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이자, 클래식 음악에 전혀 무지한 나 조차도 그의 이름과 유명한 교향곡들은 자주 접해봤고 알고 있을 정도인 최고의 음악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


 그 자신이 신분 해방을 주창했던 프랑스 혁명의 적극적인 추종자였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가지고 혁명의 물결을 일으키고 활용했던 베토벤은 자신의 음악이 혁명을 철저하게 계승한다고까지 믿고 있었다고 할만큼 현실 정치에 적극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가 진정한 지도자로 믿었던 보나파르트가 황제로 스스로 올라서며 혁명이 순수성을 잃고 변하는 순간 그를 위해 만들었던 교향곡의 악보를 찢어버릴만큼 강한 성격의 베토벤은 이후 철저하게 혁명의 순수성과 초기 정신을 잊지 않으며 자신만의 투쟁을 계속하게 된다.


 아울러, 그가 당시에는 개념이 희박했던 저작권 등의 문제까지 관심을 기울였던 것을 보면 천재적 재능과 함께 누구보다 현실에 잘 적응하며 생활하는 사람이기도 했던 것으로 보여 재능에 비해 생활의 비참함을 겪었던 모차르트와 기묘하게 대비되기도 한다. 물론 이 책을 읽은 후부터 나에게는 모차르트보다는 베토벤을 최고의 음악가로 생각하기로 했다.


 역시나 프랑스 혁명의 중심에서 역사의 과정을 거쳐오며, 프랑스 낭만주의 음악 가운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관현악 기법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엑토르 베를리오즈’.


 그 또한 프랑스 혁명의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서 가만 있지 못하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혁명의 도구로 십분 활용했음을 보면서, 예술가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순수하게 창작활동만 하는 것은 더없이 불가능함을 다시금 느껴본다.


 오페라의 대가로만 알고 있던 ‘주세페 베르디’.


 하지만 베르디도 그 자신이 가진 역량을 다 쏟아부어 이탈리아 독립을 위해 자신이 창작하는 오페라를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국민들의 마음을 결집시키고, 감성을 움직여 독립 운동에 동력을 실어주고, 끌고 나가는 힘을 심어주는 도구로 오페라를 활용했다고 하니 마치 대학시절 민중극, 민중가요 등을 접할 때의 느낌도 생각난다.


 제1차 세계대전 속에서 열렬한 애국의 길에 뛰어들며 자신의 음악도 프랑스의 승리를 위해 활용했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클로드 드뷔시’.


 전쟁이라는 참상 속에서 그저 숨어들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주의’라 폄하할 수도 있지만 본인의 의지와 뜻에 따라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애국하는 모습을 보며 새삼 음악가들의 용기와 실천력에 감탄을 보낸다.


 나치가 정권을 잡았을 때 나치 정부로부터 우대를 받아 음악원 총재까지 임명됐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독재자의 편에서 서긴 했지만 그가 남긴 음악적 성취는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을 보면, 일제 시대 부역했던(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수많은 우리 문화 예술가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비록 역사적 성취나 예술적 완성도가 높음에도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당연시했던 정권에 부역하며 이루어 낸 결과물들에 대해서는 아직은 그리 높은 평가를 주지는 못할 것 같다.


 클래식FM을 통해 처음 접했지만 이름을 알고 부터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들리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스탈린 체제 하에서 끝없는 감시 속에서 불안한 상태에서 창작 활동을 했을테지만, 그 와중에도 전체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작품에 담는 등 끊임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투쟁을 해왔던 그의 삶 또한 존경받아 마땅할 것 같다. 다만, 이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하며 체제 선전적인 내용의 작품을 많이 만든 것을 보며 또한 ‘삶의 아이러니’를 느껴본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천재적 재능의 피아니스트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 수용소에 감금되어 한정된 음악활동을 하고 결국에는 아우슈비치 수용소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 ‘기데온 클레인’.


 유대인 게토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속 저항하고 끝없이 (심지어 언제 작품을 연주할지도 모르는 희망조차 없는 상황에서도) 창작활동을 하고, 또한 수용된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수용소 내에서의 저항을 계속 벌였던 그의 삶을 보며, 비참함의 끝에서도 희망을 찾는 모습에 뭉클한 감동이 인다. 비록 짧은 생을 마감하며 그 자신은 음악으로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역사를 지내왔던 방식과 더불어 그를 위대한 그리고 ‘역사를 움직이는 음악가’로 영원히 기억되게 할 것이다.


 비교적 최근까지 활동하며 그리스 독재정권에 끊임없이 저항했던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억압 정권에 대한 저항의 음악으로, 음악 활동 자체가 정권 저항 활동이었던 그의 삶은 누구보다 정치적이고 현실에 투신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갖은 핍박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누구보다 앞서서 불의에 저항했던 그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 독재정권에 다양한 형태로 저항하며 활동했던 모든 분들의 용기와 헌신에 다시금 고마움을 느껴본다.


 정통 클래식 음악과 대중 음악의 절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했던 (책에 언급된 음악가들 中)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미국의 ‘존 애덤스’.


 나를 포함한 그 시대를 경험해 온 사람들은 모두 생생하고 기억하고 있는 9.11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음악을 통해 퓰리처상까지 수상했다는 애덤스는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방식의 위로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 같다.


 음악이 주는 힘, 예술 작품이 주는 힘.

 다시 한번 위대함을 느껴본다. 비록 즉각적이지는 않을지라도 내가 처해 있는 상황과 역사적 환경에 따라 늘 다른 느낌을 나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 바로 음악일 것이다.


 나 또한 지치고 힘들 때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음악으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한층 업 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나의 삶에 밀접하게 붙어 있는 것이 음악일 것이다. 어느 한 시대, 한 순간도 자신이 처한 상황과 무관한 예술작품이라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느껴보며, 그리고 뒤늦게 붙인 클래식 음악에 대한 흥미와 관심도 지속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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