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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는 첩보원이 삽니다

by BOX

작가라는 호칭이 여전히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로서 가장 설레는 순간이라면, 서점 매대에 놓여있는 출간된 자신의 책을 바라볼 때가 아닐까요?


영화판에도 있어봤고, 공연판과 게임판을 거쳐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과는 다른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책에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수많은 밤과 낮. 머리를 쥐어짜고, 고치고 다듬으며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세상밖으로 드러낸다는 건, 어쩌면 자신의 일부를 세상에 끄집어내는 일일 겁니다. 그것은 두려우면서도 아주 설레는 소풍 같은 기분입니다. 그래서 매대에 놓인 나의 책을 바라보는 것은 말도 못 하게 기쁜 일입니다.


이 정도로 만족하면 그만일 텐데, 이게 또 마음 같지 않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지나 않을까. '혹.시.나.'하는 기대와 호기심에 멀찍이 떨어져 매대를 뚫어져라 바라보게 됩니다. 출간작가들은 한 번쯤 경험이 있지 않을까요? 나만 그런 거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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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에는 오래된 전설이 있습니다. 작가가 서점에 갔을 때 자신의 책을 누군가 보고 있다면, 대박이 난다는 겁니다. 이런 생각에 주위를 둘러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어딘지 수상쩍습니다! 가만있어보자! 나도 옆에서 미션임파서블의 첩보원처럼 위장하고 다른 이의 책을 펼쳐보며 흘깃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는 게 아니던가. 그렇다면 내 책을 펼쳐든 그도, 그녀도 모두가 출간된 자신의 책을 누군가 볼 거라는 착각에, 자기 책의 반응을 보기 위해 서점을 찾은 사람들이 아닐까? 그러니까 서점 매대에는 작가 1, 작가 2, 작가 3... 작가 100명만이 자신의 신분을 위장한 채 기웃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음.. 두렵고 슬픈데!


세상에 책을 내놓는다는 건, 참 행복하지만 한편으론 두렵고 슬픈 감정이 듭니다.

말하자면, 행.두.픈 일입니다.




*신간 『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가 서점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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