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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X Nov 22. 2024

난생처음, 나의 친애하는 편집자에게

모든 초고를 넘겼습니다. 어쩌면 더없는 행운입니다. 


지난 8월 말의 일입니다. '광고와 사람과 인간성에 관한 B급 보고서'라는 컨셉으로 브런치에 글을 연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글이 눈에 들어와, 한.번. 만났으면 한다는 내용였습니다.  


아!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구나! 마치, 길거리에서 우연히 캐스팅된 전설의 어느 배우처럼, 신기하기도! 한편으론 뿌듯한 마음도! 조금 들었습니다. 편집자를 만나는 날, 마음은 소풍 가는 아이가 됐습니다. 음! 너무 설레발치지 말자! 난 어른이니까! 흔들리지 않을 만큼 산 어른이니까! 무겁고 진중하게, 김칫국 먹지 말고...! 이렇게, 스스로의 기대치를 낮추며, 혹시 돌아올 실망에 애써 면역주사를 미리 놓습니다. 


'작가님'

처음 본 편집자의 첫마디입니다.

작가... 라니... 요.? 


가방에 삽이라고 하나 챙겨 올 걸 그랬습니다.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호칭이 주는 무게감에... 커피숍 바닥이라도 뚫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뭐 그랬습니다.  


광고쟁이로 살며 어쩌면 수만 번 가졌을 미팅이지만, 이 새로운 길에서 나는 풋내기가 됩니다. 맞습니다. 나는 풋내기입니다. 뭐 당연한 것이겠죠. 풋내기이니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프기만 합니다. 한걸음을 떼고 다시 한걸음 떼기 어려운 갓난쟁이입니다. 


그렇게 첫 출판 미팅을 하고, 열정적인 편집자 덕분에! 출판계약으로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났습니다. 


'아! 혹시 머리가 코마 상태가 아닌가?'

'뇌가 정지된 건 아닐까?'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는.. 정신줄 놓은 이런 날들의 연속였습니다. 


아! 할 수 있을까? 끝낼 수 있을까? 


광고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벤트는 무조건 끝난다. 흥하든, 망하든. 아프리카 사막 같던 날씨는 시베리아 평원의 날씨가 되어갑니다. 그렇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원고 작업이 끝났습니다. 이벤트가 그렇듯 뭐, 어찌어찌 될 겁니다. 흥하든, 망하든.


그렇게, 오늘 마지막 글의 꼭지를 다 넘기고 나니, 

마음은 마치... 오래된 노래의 가사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혼자서 객석에 남은 

어느 배우가 됩니다. 


헛. 헛. 하다?! 랄까요...

난생처음 느껴보는 아주 묘한 감정입니다. 


이제 내 손을 떠난 글들은 나를 알아봐 주고, 응원해 준 편집자의 손에 맡겨졌습니다. 

결혼식장, 신랑의 손에 신부를 넘겨준 아버지의 마음처럼, 이제는 조금 떨어져서 내가 그녀를 응원해 줄 차례입니다.  


이제부터 초고들은 나의 글이 아닌 우리의 글이 되고, 

행운이 조금 따라줘 마음에 드는 책이 나온다면 그것은 우리의 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낯섭니다. 

낯섦! 이건 아마도 기분 좋은 설렘일 겁니다. 낯섦이 호기심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처럼!

...

아! 몰랑! 다 모르겠고!

난. 생. 처. 음. 

이제부터 나의 친애하는 편집자를 응원합니다. 



P.S. 

모 회사에서 광고를 맡겼습니다. '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믿고 맡겨주는 건 좋은데, 잘 안 됐을 때는 생각하면 뒷목이 서늘합니다. 아! 괜히 맡았나?  


** 편집자님, 부담 주는 거 아녜요. 진짜라구요~!

왜.... 왜요?



**출판가 ** 편집자님이 이 브런치북을 발견해줬다는 건 더 없는 행운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oxfreema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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