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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X Sep 27. 2024

나는 함부로 울 권리가 있다

아직도 이런 글.귀.를 쓰는구나!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소변기 앞에 붙어 있는 스티커 문구입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처럼 어렸을 적 화장실에서 늘 보아오던 문구라 별다를 건 없지만, 오랜만에 보는 글귀여서 그런지 입안의 가시처럼 계속 맴돌고 신경이 쓰입니다. 


왜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이 눈물일까?

왜 편히 볼일을 보아야 할 화장실에서까지 굳이 눈물을 흘리지 말라고 하는 걸까?

왜 내 눈물에 감나라 배나라 참견하는 걸까?


한참을 봐도 모를 일입니다. 강요받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게 다 까다롭고 못된 고약한 성격 탓입니다. 


사내놈이 눈물은 무슨... 의젓해야지!

기쁜 일에도 슬픈 일에도 가슴이 무너지는 일에도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지!

눈물샘을 틀어막고 피도 눈물도 없는 로봇 같은 남자가 돼야지!


스티커 문구는 이런 말처럼 들립니다. 


나는 반대합니다. 


치고받고 싸우던 어린 시절, 멱살을 잡고 잡히면서도 먼저 '눈물' 흘리면 졌다고 했습니다. 아프면 눈물이 나는 게 당연한 이치인데, 억지로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그게 남자라는 겁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 세상이 무너지는데도, '얌마, 남자 놈이 소주 한잔이면 그만이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게 남자라는 겁니다. 극장에 앉아 슬픈 영화에 눈물을 몰래 훔치며 '다행이야, 남들이 못 볼 테니까' 안심합니다. 그게 남자라는 겁니다. 나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슬프고 아픔 감정이 쌓이고 쌓여,

물질로 되고 열매가 되어,

누군가에게 간절히 소리치는 것이 '눈물'입니다.


이제는 이별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자리에 애써 눈물을 참는 친구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분명 남자가 흘려야 할 것은 눈물과 감정입니다. 영원한 작별마저 눈물 흘릴 수 없다면, 언제쯤 솔직해질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슬퍼해주고 더 눈물 흘려줍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아주 눈물이 많은 남자입니다. 아니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수와 사강의 유명한 말입니다.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어쩌면 이건 남자의 눈.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함부로 눈물을 흘릴 권리가 있습니다. 



P.S.

슬픈 때 함께 울어줄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남자입니다. 타인에게 공감할 줄 아는 것! 광고인의 제일 덕목입니다.... 만, 이상하게 직원들이 요즘 나를 몰래몰래 알파고라 부른다 합니다. 


왜... 왜요?



image :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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