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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X Sep 20. 2024

한강을 달릴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행운입니다.

그렇습니다. 한.강.을 달릴 수 있다는 건 아주 커다란 행운입니다.


슬개골 연골 연화증?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이름입니다. 현생 지구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러니까 아주 먼 옛날 백악기나 무슨 무슨 선캄브리아기 같은 때에... 무슨 무슨 공룡이 퇴화하면서 겪었을 법한  아주 아주 무시 무시하고 낯선 이름의 증상이라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무릎이 아파와 다리를 굽히기도 오랫동안 서있기도 힘들었습니다. 크게 문제 될만한 일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까.꿍.하고 찾아온 깜.짝. 고통입니다.


병원의 의사는 그저 '아껴 쓰세요' 말합니다. 물을 아끼고, 돈을 아끼고, 시간마저 아끼며 살아왔는데, 이젠 무릎까지 아.끼.라. 하니 속이 이만저만 상하는 게 또 아닙니다.


어제 갓 뽑은 것만 같던 멀쩡한 자동차도 3만 km가 지나면 깜빡이가 고장 나고 엔진오일이 흘러나온다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책을 멀리 떨어트려야 글자가 눈에 들어오고, 어깨가 삐걱거리고, 하나둘 새치가 생기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멀쩡한 깜빡이에 이상이 생긴겁니다.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맞습니다. 처음부터 달리기는 무리입니다. 불가능입니다. 그런 이유로 처음 몇 달은 걷는 양과 속도를 아주 조금씩 늘려 나갔습니다. 사람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걷다 보니 욕심이 생깁니다. 옆으로 러닝을 하며 훽.훽. 지나가는 사람들이 마냥 부러웠습니다. 걷다 보면 뛰고 싶고 뛰다 보면 날고 싶은 게 또 사람 욕심인가 봅니다. 사람은 참 이상합니다.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풋내기 초보 러너에 불과합니다. 겸손할 수밖에 없게 40분 정도를 달리면 겨우 5km를 달립니다. 달리는 둥 걷는 둥입니다. 그래도 기분만은 고독한 한강의 러너입니다.


한강을 달릴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혹시 모를 일이야! 매일같이 꾸준히 달리다 보면...'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제 글.만. 쓰.면. 하루키가 되겠어!

오늘도 그렇게 꿈 하나를 더합니다. 



P.S.

모든 직업이 다 그렇습니다... 만, 광고를 만드는 일은 참 힘이 듭니다. 이럴 때 뜻밖에 해프닝을 만나면 피로가 풀립니다. 한강의 달리기도 그렇습니다. 얼마 전 한강에서 낚시하는 아저씨가 낚싯대로 왜가리를 잡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잡은 아저씨도 잡힌 왜가리도 당황하기는 매한가집니다. 피로가 풀립니다.


잡은 아저씨도 잡힌 왜가리도 당황은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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