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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방인 Apr 10. 2024

나에게도 손님이 왔다

나의 뉴질랜드 생활에서의 첫 한국 손님 등장

6년 차 뉴질랜드 생활이 시작 된 지도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지난달에는 나에게 특별한 손님의 방문이 있었다. 물론, 지금 내가 사는 집에 여러 친구들이 다녀갔지만 이번 손님은 한국에서 나의 손님이다.

 

그녀는 나의 대학교 동기이자 제일 친한 친구 중의 한 명으로 나는 뉴질랜드에서, 그녀는 한국에서 거의 매일 카톡을 하는 사이인지라 멀리 있지만 멀리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친구다. 그런 그녀가 얼마 전부터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우리는 우스개 소리로 이직 하면 새 직장 들어가기 전에 시간 내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서로 그렇게 말해왔다. 지난 달, 갑자기 그녀의 이직이 확정되면서 시간 내서 잠깐이라도 와주길 바랬었다. 그리고 그녀는 진짜 3 일도 고민 안 했던 것 같은데 정말 바로 뉴질랜드 행 티켓을 구매했다. 그리고 딱 1주일 만에 그녀는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금요일 저녁, 인천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토요일 오전에 바로 도착한 우리는 1년 반 만에 만난 거지만, 며칠 전에도 만난 것 같은 느낌으로 오랜만에 인사를 했고, 우리 집에서 오면서 그녀의 본격적인 뉴질랜드 여행기가 시작됐다. 새 직장으로 출근 해야 하는 날짜가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1주일.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도 많고, 같이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내가 이 곳에서 이렇게 지낸다고 소개해 주고 싶었다. 그녀가 도착 하기 전까지만 해도 오클랜드의 날씨는 참으로 흐리고 비가 많이 와서 속상했는데 도착 하고 나니 그때부터는 너무 예쁜, '뉴질랜드 하늘'이 펼쳐졌다. 

 

(뉴질랜드에 오고 나서, 한국에서도 나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했지만 비행기를 직항으로 타도 11시간 반 혹은 12시간이 걸리는 곳이니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리고 그동안은 플랫(쉐어하우스)에서 지냈던 지라 손님이 온다 라고 하면 한편으로는 부담처럼 생각됐었다. 여행을 왔다가 나를 만나는 것이 아닌, 나를 만나기 위해 뉴질랜드로 오는 거면 좁더라도 편하게 묵을 수 있는 공간쯤은 제공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내가 지금 사는 곳은 그게 충분히 가능했기에 나는 흔쾌히 그녀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오기 전에 나는 손님 맞을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침구를 새로 세탁하고, 집도 더 깨끗하게 청소하고 그녀가 지내는 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을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준비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가 지내고 있는 집은 이렇고, 내가 매일 사진에서 보여준 내 털복숭이 친구가 저 아이야. 내가 매일 다니는 길은 여기야. 내가 좋아하는 식당은 여기고, 이런 음식을 좋아해. 그리고 나는 심심할 때 어디를 가고, 생각하고 싶을 때는 어디를 가고, 여기는 내가 언제 왔던 곳이라 이런 추억이 있는 곳이야. 등등 전하고 싶은 얘기도 많았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나 여기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하지마 라고 돌려서 말하고 싶었다.

같이 지내던 어느 날, 그녀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그녀가 말했다. "혼자 비행기 타고 올 때, 기내 모니터에서 본 뉴질랜드 위치를 보는데 너가 정말 먼 곳에서 혼자 이렇게 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었는데 너가 왜 있고 싶어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그리고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너가 잘 정착하고 안정감 있게 살고 있는 거 같아서 좋아 보여" 라는 말을 들었을 때 혼자 마음이 찌잉-했다.

그리고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뒤로 하고 그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럴 때 정말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우리는 늘 그렇듯 웃으면서 인사하고 헤어질 줄 알았는데 갑자기 출국장에서 서로 눈물이 터지는 바람에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급하게 헤어졌다. 

이렇게 나의 첫 손님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잘 가, 와줘서 고마워! 또 놀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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