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감독 장항준, 2026년.
그리 슬퍼? 사실 단종의 인간적 매력은 잘 모르잖아. 그저 시대의 희생양이었단, 것밖에~. 그런데 그를 통해 '나'의 가여움을 봐서 그런가? 참 이상해. 단종이 지닌 삶의 여정이나 인간적 매력도 모르는 나는, 왜 그에게 마음이 끌리는 거지? 이번 영화에서는 묻혀버린, 단종의 인간성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하는데, 어때? - 친구에게
그동안 단종에 대한 서사는 권력 싸움에 희생된 속수무책의 어린 왕으로 비쳤다. 길지 않은 생이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나라의 왕에서 대역죄인으로 죽임을 당한 시간까지, 단종의 능동적 행위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동성을 부각하여, 왕위를 찬탈한 이들과 극한의 대조를 이루게 하여, 역사의 패배자가 아닌 피해자로 모셔놓은 건 아닌지?
주연배우들뿐만 아니라, 광천골 부락민 등 모든 배우가 연기 차력 쇼를 펼치듯 영화로의 몰입을 견인하지만, 나는 질문의 대상인 이홍위를 응시한다. 여기서 마저 그저 유약하고 불쌍한 어린아이인가? 조선이라는 방대한 작품을 이루는데, 양념처럼 들어가야 하는 애절한 피해자인가?
유배지 주민들의 순수한 마음과 보살핌은 이홍위의 눈빛을 바꾼다. 한명회는 “그의 눈빛이 바뀌었다. 예전의 그가 아니다.”라며, 단종의 마지막을 재촉한다. 이홍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의 의지로 뭔가를 해본 적이 없지만 이제 자신의 의지로 ‘능동적 행위’를 하려 한다며, 거사를 위해 발을 뗀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강을 건널 방법 또한 결정한다. “강을 건널 때가 되었습니다.” 임흥도는 그를 위해 직접 밧줄을 잡았고, 강물에 던져진 그의 주검을 거둔다.
왕자로 태어나 왕이 되었고, 숙부의 난으로 폐위되어 유배지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순간순간 빛나고 따스한 눈빛을 가졌던 사람 이홍위. 영화 내내 그와 함께 외롭다.
* 유해진과 많은 배우에게서 장항준감독의 가벼운 진정성(가벼움으로 진정성을 뭉개는 듯 한)을 보는 듯해서 조금 식상하기도 했지만, 외로운 두 사람(한명회와 이홍위 역)이 한 축을 누르며 영화를 단단히 이끌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