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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Jun 19. 2024

초록 눈 프리키는 알고 있다.

조이스 캐럴 오츠,  2011, 부희령 역, 비룡소.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나 알아차리지는 못하는 내안의 또 다른 '나'와 내가 마주하는 이야기. 프랭키(프란체스카 피어슨)에게 프리키가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을 중심으로 책을 소개한다.

   

프랭키가 열네 살이 지날 무렵, 파티에서 어떤 남자에게 강간당하려는 순간, 프리키와 처음 만났다. "이 소름 끼치는 것! 네가 네 눈을 봐야만 해! 소름 끼치는 초록 눈을! 넌 미쳤어.” 내 입술 사이로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얘가 내 영혼을 본 것 같군. (본문 25~26p)      


부모의 별거가 시작되면서, 나는 점점 가만히 못 있는 프리키를 느끼며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왜 아빠에게 엄마와 휴가를 지낸다고 용기 내 말하지 못했을까? 라며 후회할 때, 넌 결코 그렇게 하지 못할 거야, 영원히. 넌 용기가 없잖아. 너 자신을 모르니? 넌 위선자야. 프리키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본문 120~121p)     


아빠와 함께 간 휴가지에서 야생동물을 가둔 「개인 동물원」의 문을 열며, 어서 가! 너희 집으로 돌아가라고! 초록 눈의 프리키가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듯 흥분하고 있었다. (본문 128~129p)      


아빠로부터 교묘한 협박과 폭력을 당하는 엄마를 모른 척하는 프랭키에게 프리키가 나타나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으라고 충동질하며, 엿들을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찾아내. 아는 게 힘이야. 하지만 나는 망설였다. 들킬까, 봐 무서웠다. (본문 139~140p)     


은밀한 폭력으로부터 나와 진정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충고를 하며,  여기 머물러야 해. 엄마와 여름이 끝날 때까지. 학교도 여기서 다녀야 해. 스카짓고등학교까지는 걸어서 갈 수도 있잖아. (본문 165p)      


엄마가 실종된 후 아빠의 알리바이를 증언하는 자매들을 보며, 시핸 씨가 사만다와 나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용감한 소녀들이야! 진짜 대단해.” 당연히 수임료를 받기 위해서지 엄청난 돈일걸. 프리키가 생각했다. (본문 223p)


크리스티나 코너(엄마)는 실종이 아닌 죽음이라는 사실을 외면하지만, 너는 엄마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엄마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도. 프리키는 알고 있다. (본문 225p)     


부비동염으로 아프다는 아빠를 침대까지 부축해서 눕힌 바로 다음 날 새벽, 자동차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전조등을 끈 채로. 홀 저쪽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 침대 옆에 있는 디지털시계의 초록색 숫자판이 빛나고 있었다. 프리키는 분명히 4:38 A.M.이라는 숫자를 보았다. 그럴 리가 없어! (본문 228~229p)      


실종된 엄마와의 약속을 되새기며, 엄마의 흔적을 찾아 나서며, 정말로 나는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나는 겁이 났고, 불안했다. 하지만 프리키가 나를 잡아당겼다. 가자! 되돌아가려 하지 말고. (본문 269p)    

  

리드 피어슨의 딸로 살기 위해서는 진실을 눈감아야 하지만, 이제 너는 네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아. 네가 고집스럽게 생각해 오던 것이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할 거야. 프리키의 목소리였다. 나 자신의 목소리였다. (본문 288p)      


프랭키의 진술로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 마지막으로 엄마의 오두막을 정리하던 중 스카짓하버의 친구를 만났을 때 프리키가 나를 쿡쿡 찔렀다. 조용히 해. 숨을 들이쉬고, 가만히 있어. (본문 321p)      


마치 투명한 가스가 은밀하게 퍼지듯, 폭력이라고 명명하기도 전에 이미 살아버린 시간이 쌓여 어느새 공범이 되어버리는 삶을 조이스 캐럴 오츠는 어찌 알았을까? 머리로는 알지만 설명할 수 없었던 사건을 작가는 소설 형식을 빌려 우리 앞에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부희령의 책 혹은 역서를 찾아보던 중 발견하였고, 책에 빠져 단숨에 읽어가다가 출판사를 보았다. 비룡소라, 어린이 도서 전문 출판사 아닌가? 굳이 분류하자면, 이 책은 작가가 청소년을 화자로 하고 주독자층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출판사도 그러했으리라 넘겨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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