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집착하는 이이템
나는 지금도 제1 단골 안경점 출신 무테안경을 무려 10여 개나 자랑스럽게 소장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 보기엔 분명히 낭비이고 ‘돈 자랑’ 일 수도 있다. 이제 나도 연식이 늘다 보니 돋보기나 다초점 렌즈가 내 안경의 새로운 아이템에 추가되었다. 내가 인천으로 복귀하면 다시 20여 년 단골 안경점을 찾을 것은 뻔했다. 융통성, 다양성, 열린 마인드 이런 것과 내가 많은 거리가 있는 캐릭터라 손가락질을 받아도 나는 이런 비판을 기꺼이 감당하련다. 괴팍한 성격의 안경에 대한 남다른 집착이었다.
두상과 얼굴이 남달리 큰 나는 무테안경을 사용하는 것이 편했다. 그런데 조심스러운 동작이 모자란 나는 보다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무테안경을 여러 번 망가뜨렸다. 여러 가지 다양한 디자인의 무테안경을 골라도 될 듯했지만 나에게 다양성이란 언제나 ‘넘사벽’이었다.
이 단골 안경점을 처음 찾은 날이었다. 나의 미간에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자를 들이댄 주인장은 입을 쩍 벌렸다. 나는 보기 드문 ‘얼큰이’였다. 그 이후로 내 얼굴 크기와 취향을 완벽하게 파악한 주인장은 내가 원하는 무테안경을 한치의 틀림도 없이 맞추어 주었다.
안경테가 구부러지거나 휘어지고 때론 부러지는 경우가 자주 일어났다. 나사(볼트와 너트)가 헐거워지는 등 소소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20여 킬로미터나 떨어진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이곳을 고집스럽게 찾았다. 이는 대단히 비경제적인 일임에 분명했다. 그럼에도 내 안경이 최초 제작자의 손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깔끔하고 개운한 기분에 이는 내게 언제나 ‘남는 장사’로 보였다.
양 쪽 귀 위쪽에 걸쳐 안경알을 연결하는 테의 하단 접히는 부분에 다양한 장식이 있는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이런 장식을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심플한 디자인만을 선호했다. 무테안경에서 일어나는 조그마한 문제를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도록 휴대용 볼트 너트 공구를 선물로 받았다. 이래서 응급처치가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이 물건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콧등 위에 걸치는 안경 코 부분도 때론 더러워지고 찌그러지기도 했다.
자고로 무테안경이란 녀석은 좀 까탈스러웠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섣불리 잘 못 다루었다가는 아예 안경 전체 스타일이나 기능 자체를 모두 망가뜨릴 수 있는 추가 리스크도 부담해야 했다. 나는 지난주에 돋보기 안경테를 분질러 먹었다. 얼마 전에 들렀던 읍내 안경점으로 향할까하는 작은 고민을 했다. 잠시 후 이런 생각을 접었다. 수도권 나들이를 하는 일정에 맞추기로 방향을 바꾸었다. 인천 변두리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내가 전에 살던 동네를 아직도 굳게 지키고 있는 단골 안경점으로 이번에도 들어섰다. 이번에는 안경 진열장의 다양한 디자인의 무테안경을 눈으로 살피는 정도에서 극적으로 추가 움직임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