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루터기 Mar 11. 2024

의사의 본분과 영업마인드(2편)

                          

심원장, 내 얼굴에 또 각종 점 잡티 등이 새로이 생겨났어. 이 것들 좀 빼줄 수 있어?”
 요즘은 그것 하지 않고 있는데...”

피부과에 들렀었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 내가 조만간 다시 귀촌할 예정이라서 시간 맞추기도 쉽지가 않네. 이번엔 내가 치료비를 부담할 테니 부탁 좀 하자.”  

   

내가 현역 당시 이미 심원장에게 두 번이나 신세를 진적이 있었다. 무료로 이 얼굴의 점, 잡티등 제거 시술의 혜택을 받은 것이 그것이었다. 당시는 심원장이 우리 지점 계좌로 주식종목 트레이딩을 이어가던 시절이었다. 이런 이해관계 때문에 심원장은 점심시간 등 여유 시간을 활용하여 내게 시술서비스를 해주었다.   

   

이젠 이런 이해관계가 없어졌고 병원의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내가 부탁하니 선뜻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후 심원장은 생각을 바꾸었다. 그래서 오늘 12시로 예약을 마친 후 내가 이 병원문을 들어섰는데 즉 점 빼기 시술을 받을 목적으로 왔음에도 물리치료부터 내게 권유를 하다니 이는 결코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내가 어떤 부위가 불편하여 꼭 물리치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으니 더욱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부탁하는 입장인 내가 결코 을의 지위에서 벗어날 형편은 아니었다. 이번엔 차마 물리치료를 거절할 명분이 따로 없었다.    

 

우리 여직원이 곧 퇴근해야 되니 결제부터 먼저 부탁하네.”

이번엔 무료시술서비스가 아닌 것이 분명해졌다.

신용카드로 했어? 그럼 두 배로 받아야 하는데...? 40% 대 세금을 납부해야 돼서...”
 그럼 취소하고 내가 직접 계좌로 이체해 줄 수 있는데...”     

아니, 됐어.”
 심원장은 물리치료비는 내게 따로 부담시키지 않았고 레이저 수술비중 @@만원을 결제하라고 간호사에게 지시를 했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사실은 물리치료가 굳이 필요 없는데. 오른쪽 어깻죽지입니다.”


건물 지하 1층에 자리한 물리치료실로 들어선 나는 물리치료사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심원장이 내게 억지로 물리치료를 강권해서 이곳에 왔노라는 말을 차마 입밖에 낼 수는 없었다. 그간 내게 심원장이 계속해서 물리치료비를 면제해 준 것에 관해선 나는 고마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에 그에 관해 보험금청구는 빠드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준수야,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도 그곳에 들를 때마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는데 매번 물리치료를 받았어. 게다가 내가 심원장에게 소개한 환자들에게 증세가 심하지 않았음에도 거의 모두 입원치료를 권하더군.”   

  

제법 오래전 또 다른 내 고교동기 절친이 지나가는 말로 내게 뚝 던졌다. 병원도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영업마인드를 과도하게 작동시켜 과잉진료를 일삼는 것은 별로 아름답지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임은 분명했다.      


아마도 사립대가 아닌 국립대 병원은 이 영업마인드의 가동률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오랜 세월 동안 통원, 입원 진료, 검사, 수술을 받은 이력을 들쳐보아 내린 잠정적인 결론이었다. 이렇게 과도하게 영업마인드를 작동시켜 과잉진료를 이어가는 행태를 바로 코 앞에서 지켜봄에도 나는 여전히 연고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향후에도 이런 관행은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 궁금한 점에 관해 의사에게 한 가지라도 더 편하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내가 회사를 퇴직하기 약 3년 전 일이었다. 우리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14층 빌딩은 이른바 병원 건물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내과를 비롯한 10여 개 진료과목 병원들이 모두 포진해 있었다. 내가 평소에 정기적으로 드나들어야 했던 내과 비뇨기과는 물론 치과, 안과, 피부과, 정신과, 통증의학과에 더하여 한의원까지 같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멀리 떨어진 병원 순례를 하는 것보다 훤씬 효율적이었다. 시간이 매우 절약되었다.      


5명의 내과전문의 중 무려 4명이나 내 모교 대학 후배들이었다. 그래서 내과 전문 주치의의 도움으로 다른 과목 진료의 소개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비뇨기, 피부과, 안과, 치과 병원에도 동문 의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연고 병원을 드나들 수 있는 작지 않은 혜택을 누렸다.


작가의 이전글 의사의 본분과 영업마인드(1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