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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Aug 05. 2024

품위 있는 영업마인드(1편)

     

나는 30여년이란 긴 세월 동안 영업에 매진한 바 있었다. 금융인의 숙명인 자산과 수익의 증대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크고 작은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산(고객수)을 꾸준히 늘리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고객에겐 웬만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나였다.    

  

지금도 10개 이상의 모임을 가지고 있지요? 아니 영업실적이 필요한 영업 현장을 떠난지가 언제인데 굳이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나요?”     

관성의 법칙을 끌어대 변명을 했다. 현직에서 물러난지 제법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영업마인드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 형편을 적확하게 지적하는 내 옛날 사수였다.   

   

오늘은 내 고향 절친을 그의 보금자리 근처 음식점에서 회동하기로 했다. 나는 약속시각에 늦지않게 이미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내 애마를 세울 마땅한 공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근처의 유무료 주차장을 모두 샅샅이 뒤져보았으나 허사였다. 공영이란 이름을 단 곳이 많았으나 대부분 거주자 우선주차구역만이 눈에 들어왔다.      


겨우 겨우 유료 주차장에 내 애마를 세우기로 하였다. 이곳은 주로 하룻밤 이상을 묵어가는 화물차가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이었다. 주차요금을 선불로 요구했다. 여차하면 자정을 넘어까지 차를 세워야할지도 모른다는 내 사정 때문에 주차요금 15,000원에 합의를 보았다. 나는 기꺼이 요금을 관리자에게 건냈다. 주차요금을 아끼려 다른 방법을 찾았다가 오히려 범칙금을 물어야하는 등 오히려 소탐대실을 겪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혹시 이곳을 떠날 때즈음 주차괸리자가 바뀔지 모를 일이었고 합의에 관해 새로이 다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수기영수증까지 챙겼다. 차를 세울 공간을 찾느라 오랜 시간이 필요했음에도 나는 약속 시각 15분전에 식당테이블에 여유 있게 앉을 수 있었다.    

  

여종업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자리를 잡았다. 식당 건물에 달린 주차공간에 관해 상세하게 물었고 이 곳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내 애마를 거금 15,000원이란 요금을 지불했노라고 저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이윽고 친구가 도착했다. 우리는 이곳의 대표 간판 메뉴인 시래기코다리찜에다 갑오징어숙회를 안주겸 저녁식사로 주문했다. 이곳은 새로이 문을 연지 그리 오래이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개업 안내 홍보물 등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내 고향 절친의 보금자리 근처였고 절친은 이미 여러 번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다고 했다. 예상보다 이른 시각에 오늘 술자리는 파했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기로 우리 둘은 자연스럽게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곳에 내가 처음 들어설 때부터 안내를 한 여 종업원은 그 특유의 밝은 표정이었고 이미 친절에 몸에 밴 사람으로 보였다. 마치 마술 공연에서 보조진행자로 무대에 오른 출연자의 복장을 방불케했다. 내가 이제껏 다녀본 수많은 음식점을 통틀어 보아도 이런 좋은 첫인상은 드물었다. 방문객을 편안하게 맞이하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것으로 보였다.      


친구는 이제 결제를 마치기 위해 계산서를 집어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내가 처음 이곳을 들어설 때부터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지긋한 연세의 여자분과 여 종업원 사이에 우리가 내용을 모르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카운터를 책임지고 있는 이 분은 이 음직점 오너내지 그 가족으로 추정되었다.   

   

잠깐만요, 저기 이 근처에 주차비 15,000원을 내고 차를 세웠다고 하시던데 이 것 받으세요. 방금 전 우리 직원에게 손님의 주차에 관한 사정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께 주차비 15,000원을 지원해드리고싶습니다. 받으시지요.”   

  

나는 순간 적지않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30여년 이란 긴 세월 동안 금융영업인으로 생계를 이어온 나로선 이런 품의 있는 배려를 받아보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고객을 위한 그리 흔치않은 배려인 동시에 수준 높은 영업마인드의 실천, 세련된 마케팅기법의 소유자란 말을 모두 들이대도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이 건물 지하나 아니면 지상 1층에서 지하로 진입하는 진입로 옆 공간에 그럭저럭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자신들이 이를 미리 안내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일종의 사과 모드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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