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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Sep 22. 2024

사이코 패스 팀장과 똠방반장(3편)

               

내가 현직에서 물러나기 직전의 사이코 지점장과 이 똠방 사이엔 너무나도 같은 점이 많았다. 어쩌면 이렇게 닳음을 넘어 ’ 빼박이‘라 불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했다. 똠방은 평소 일상적인 대화나 업무 지시를 내릴 때 항상 한 두 개의 영어단어를 끼워 넣었다.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지만 다른 대원들에게 별로 좋은 인상을 심어줄 리가 없었다.

      

경비대원들의 단체방에도 팀장에게 일방적인 아부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런데 이도 앞뒤 문맥과 전혀 맞지 않은 문장을 구사했다. 이 정도면 중학교 2학년 생도 똠방의 글이 어법에 맞지 않는 것으로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시설 경비팀에서 긴밀한 협조하에 대오 철저하겠습니다. 지적은 발전을 위해 존재합니다. 경험이 중요합니다, 여유를 주세요.”

경비 A B팀 팀장의 지휘 아래 조직이 조성되어 갑니다. 각자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시면 만사형통될 것입니다.”

팀장의 지휘 아래 반장의 능력이 미흡합니다. 많이 격려하여 주십시오. 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런 식의 멘트를 톡방에 쏟아냈다. 참으로 얼굴이 화끈거릴 수밖에 없었고 팀장에게 앞뒤를 가리지 않은 아부성 발언엔 3년 전 전 내가 맛있게 먹은 자장면 곱빼기가 목구멍을 타고 다시 넘어올 정도였다. 똠방 이 인간은 항상 우쭐거리며 나댔지만 그 바닥엔 엄청난 열등의식이 깔린 것으로 보였다.   

  

이에 반해 팀장은 새로이 거래은행통장을 만들어 내일 오전 830분까지 톡방에 사본을 올리라고 했고 주민등록 등본도 당장 제출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은행 정문 셔터를 올리리는 시각이 9시 정각임에도 이런 무리한 요구를 아무런 생각도 없이 톡에 올리곤 했다.      


근무시간에 책상 앞에서 주무시는 분이 계신다는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다음엔 사진 찍어 보내주겠답니다. 아파트 톡에도 올리겠답니다. 분명히 경고하는데 대원 전체를 위해서 그날로 집에서 편히 쉬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매우 중대한 사안이니 이 처리 안에 이의 없는 것으로 하고 답장해 주세요.”   

  

이번엔 팀장의 멘트였다. 이는 권위주의 군사정권시대에나 통할법했던 협박성 경고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사이코 팀장과 똠방각하는 이른바 휘하 대원들에게 선명성 경쟁을 하는 듯이 보였다. 참으로 불쌍한 중생으로 비쳤다.  

   

나는 이곳에 근무하면서 동료 대원들로부터 이 똠방의 성향, 이력, 처신 행태 등에 관해 짧은 시간에 집중하여 익히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입사학원 초단기 완성반에 등록을 마친샘이었다.     
 

똠방은 경비직에 발을 들여놓은 지는 아직 채 1년에 모자랐다. 자신이 내게 알려주었듯이 약 5년간 택시기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고향인 강원도가 생활의 근거지였다. 인천 김포 등 공항을 오가는 고객들만을 상대로 나름 특화된 영업을 했다고 수시로 자랑을 늘어놓았다. 30% 할인이란 당근을 동원하여 장거리 고객 확보에 성공했다고 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경비직에 적응이 어려웠다. 그래서 약 3개월 전 팀장에게 사직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팀장은 이를 오히려 되치기로 역이용했다. 내가 동생을 좋아하니 나랑 같이 이곳에서 열심히 근무해 보자며 일약 기습적으로 반장직을 제안했다. 이에 똠방은 이게 웬 떡이 나며 팀장의 제안을 즉각 받아들였다. 이래서 똠방은 논산훈련소 신병교육대 조교의 경력을 십분 살려 반장이라는 완장을 차는 즉시 더욱 나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팀장으로부터 졸지에 엄청나게 큰 은덕을 입은 똠방은 평소 그래왔지만 더욱더 양손을 비벼댔다. 어느덧 양손 바닥에 손금은 그 흔적도 찾을 수 없을 만큼 지워지고 말았다. 이후 대단한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에게 밉상을 보이거나 군말 없이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자, 바른말을 입밖에 수시로 내는 자, 다루기가 껄끄러운 자를 팀장과 작당하여 솎아내는데 올인했다. 이래서 새로이 입주한 지 만 1년이 되지 않는 이 아파트 단지에서 무려 13명이나 되는 경비원이 교체되는 진기록도 세웠다.  

    

반장이란 완장을 쟁취한 똠방의 직장 생활은 이른바 순풍에 돛 단 듯아주 즐겁고 보람찬 나날로 채워졌다. ‘아파트 경비대 반장이란 완장을 가문의 영광으로 내세웠고 기고만장, 안하무인의 자세를 계속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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