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과 내가 아파트 주변 풀밭의 예초 작업에 나서던 날 오후였다. 똠방은 나를 회유하고자 했다. 자신의 직속 똘마니로 나를 점지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아파트 단지 경비대원의 구성원 분포와 향후 자신들이 구축하고 싶은 구도까지 내게 은근히 내비쳤다.
그간 이곳은 특정 지역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떠났습니다. 이제 오직 한 분만이 남아 있지요. 지난번 최대원이 이곳에 들어올 때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했지요? 그것은 대원들의 본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이제 @@출신은 이곳에 다시 발을 붙이기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우리 팀장님은 이쪽에 경험과 스펙이 많고 다른 용역회사 업계에서도 네트워크가 대단하십니다. 이런 팀장님을 잘 모시면 최대원에게도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이 똠방은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지금이 어느 시절 어느 때인데,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으며 자신들의 라인에 들어오면 어떻겠냐며 내 의중을 떠보는 것이었다.
이곳에 들어올 적에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었고 이것으로 대원들 본적지가 어디인지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지도 솔직히 나는 잘 모르는 일이었다.
내가 자신들의 라인에 똠방의 직속 똘마니로 편입 되기를 바라는지 내 의중을 떠보는 자리였다. 나로선 이 쓰레기 집단에 합류할 뜻이 전혀 없는 것은 당연했다. 이 똠방이란 작자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못된 짓거리만을 많이 배우고 익힌 것이 뻔했다.
‘무릇 세상엔 비밀이 없다’는 세간에 회자되는 말이 그르지 않았다는 것을 이곳에서 다시 한번 더 확인하는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
현재 팀장은 전임소장이 부임 시 이곳에 데려온 사람이었다. 이미 연식이 제법 차다 보니 신임소장이 부임하자마자 이 팀장을 내보내기로 작정을 했다. 이를 눈치챈 팀장은 그럼에도 기를 쓰고 살아남고자 발부등을 쳤다.
이 아파트 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기거하는 @@@동 언덕 뒤편엔 다른 곳보다 더 너른 초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었다. 심한 바람을 동반한 소낙비가 사선으로 내리 꽂히는 어느 날 오후 이 사이코 팀장은 잔머리를 굴렸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팀장은 이 소낙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예초작업을 이어갔다. 이에 팀장의 속셈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이 모습을 때마침 먼발치에서 지켜본 회장은 이 팀장의 ‘우중 예초작업 강행’이란 의도된 연출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팀장은 근로 계약을 1년 갱신할 수 있는 기회를 극적으로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사람은 모름지기 찬스에 강해야 살아남는다고들 했다. 팀장은 이를 회장 앞에서 증명해 보였고 드디어 ‘역전의 용사’가 되어 자신의 지금 자리를 일 년간 더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반해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남의 눈에 뜨이지 않는 음지에서 묵묵히 책임감 있게 해내고 있는 박대원의 모습은 너무다 뚜렷한 대비가 되었다.
나는 새벽 4시 40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어젯밤에 이미 빈칸을 메워둔 사직서를 업무일지에 끼워 넣었다. 똠방의 근무지인 2 초소로 향했다. 사정상 이곳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똠방에게 분명히 전달했다.
“최대원 님,갑자기 이렇게, 무슨 일이 있나요?”
“고향에서 제가 기다리던 마땅한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보따리 챙겨 오늘 당장 내려가려고 합니다.미리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 일자리 통보는 언제 받았나요?”
“어제 오후 늦은 시각입니다. ‘
“그러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7시 이후 팀장님께 따로 인사드리세요. 1 초소 쪽은 그리 어려운 곳이 아니니까요. 이 정도 공백은 우리 팀장님이 금세 자리를 메꿀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똠방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최대원 사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대원을 보충해야 하는 내가 문제이지요. 아이 이것 참 어떡하지...”
팀장이 먼저 내게 연락을 해왔다. 내 후임자 결정이 고민이라며 팀장은 마지막까지 능청을 떨었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기록적인 무더위를 이어갈 듯했다.제법 따가운 햇볕이 이곳을 떠나는 나를 위로하며 배웅하고 있었다.
“내 친구를 최대원 후임으로 추천했더니, 이번에도 젊은 친구를 데려올 것이라고 했어. 팀장이... 그랬는데 결국은 @@취업 정보 추천을 받은 내 동갑내기를 뽑았지 무어야...
취업정보 회사의 추천 없이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는 것 같네, 항상 건강하세.”
내가 이곳을 떠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같은 초소에 근무했던 다른 조 선배 대원과 나는 통화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