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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안남 Mar 19. 2024

너의 아름다움이 낭비되지 않도록

가족 상담 _ 복잡한 사랑을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자매들이 상담을 받으러 왔습니다.




각각, 그리고 함께,

상담 시간을 가지기도 하면서

심리적 샴쌍둥이와 같았던,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간으로부터 함께 걸어 나오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도 가족은 참 질깁니다.



서로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위한다는 이유로,

서로의 모습 속에서 자기 자신을 투영해 보는 줄도 모르고___


아니, 알면서도 자주 모르게 되고 그랬다가 다시 알게 되어 그러지 말걸,,, 하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지지고 볶고 사랑하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더 깊이 사랑하면서 그렇게 들쑥날쑥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은, 각자 상담실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a 같았으면 그렇게 예뻤으면,

참 그 아름다움을 낭비하지 않고 고개 빳빳이 들고 살 텐데, 걔는 너무 자신이 없어 보여요..

그것 좀 어떻게 도와주세요 선생님..."




저는 일단 그 말씀을 ,' 접수.. 는 해두고,,

그 말에 담긴 그분의 마음을 어떻게 '활용'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a님은 a님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낭비' 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인상적인 표현으로 a를 바라보는

b님의 마음속 a를 향한 복잡한 사랑..이었습니다.


이 복잡한 사랑의 마음을 단순하게 표현될 수 있게

서로 잘 느낄 수 있게 소통의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상담자인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일 테니까요.





그러고 나서 몇 주가 지났을 때, a님의 상담시간.


a님은 또 자신의 자매인 b 님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b는 진짜 할 줄 아는 게 많으면서 왜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 건지, 진짜 얘기 듣다 보면 복장이 터져서 힘들어요 선생님.

너무 사람이 물러 터져서 끊을 줄도 모르고 이용당하기 딱 쉬워서.. 참..걱정이에요.."






그 후 저는 언젠가 좋은 날을 잡아서

 a와 b 님과 함께

이 각각의 대화의 본질과 의미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보는

낭비된다고 생각되는 것,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에

서로에게 품는 기대와

실망과 원망과 사과와 간섭과 잔소리와.... 그리고 그 모든 상호작용들의 파급들의 연쇄의... 연쇄의 연쇄의 모양에 대해서


그 상처의 패턴에 대해서,



같이 분석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뼈대와 구조를 보면, 그러했습니다.

가족은 그랬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방식이

같은 방식의 기대로,

또 과거에 경험했던 어떤 실망과 절망으로,

관계 속 패턴으로 굳어져서


사랑의 마음으로,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어쩌면 서로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주게 되기도 합니다.




내 내면의 가장 여리고 연약한 본질과

내가 가진 가장 큰 가능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자리에 가까이에 붙어 앉아있다는 것은



서로를 보게 하되,

잘 볼 수 없게 합니다.


그리고 나의 기대를 나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채, 너의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심리적, 물리적 마음의 거리 감각 속에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사랑의 사정거리 내에 있는 동시에

상처의 사정거리에 있는 사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낭비된다고 생각되는 것

에 대해 담긴 본심. 사랑. 만,


 안으로 간직하는 연습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사랑이라는 것은

네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상대방이 느낄 수 있게, 느낄 수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아껴서, 골라서, 가장 좋은 때에

표현해 주는 것이니까요.




많은 경우

가족 간의 갈등에 있어서는


이렇게 '더' 해보자,,는 말보다는

이건 '덜' 해보자.. 는 말부터 시작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둘 사이가 어느 정도 비어져 있어야

무엇을 놓고 싶은가를

더 편안하게 고민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 안에서는

쌓인 것들이 이미 충분하고 차고 넘칠 때가 많기 때문에  '하던 반응 중지'가

함께 멈추어 서서

서로를 비로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시간과 시선을 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아름다움이 낭비된다. '는  

인상 깊은 표현 속에 서린,

 속 깊은 사랑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너의 아름다움이 낭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을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 '그러자',혹은' 그러지 말자'


너, '그러지 마'혹은  '그렇게 해'




이전에


[나부터]

나의 아름다움을 낭비하지 말고 잘 살아보자,

결심하게 됩니다.



그게 나와 사랑으로 연결된 사람들에게

 가장 충만한 기쁨을 주는 것이고,

어쩌면 그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니까요.



서로의 아름다움이 낭비되지 않고

잘 발산되어 가는 향기로운 모습을

곁에서도 멀리서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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