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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즐리 Dec 12. 2021

에이지리스

현대사회가 직면한 노화의 시대

우리 인간은 모두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간다. 그리고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중에 피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 몸이 겪는 노화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자, 순리다. 하지만 '에이지리스'의 저자 앤드류 스틸은 이 책에서 우리 몸이 겪을 수 밖에 없는 노화가 세계질병기구에서 질병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책의 내용이 시작된다. 노화는 우리 인간을 결국에는 젊을 때와 달리 독립성을 상실시키고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삶을 연장해나가는 삶을 살아간다면 어떨까? 나는 책의 초장을 읽어나가면서 내 삶의 독립성을 잃어버리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몸이라면 살아가는 의미가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있어서는 사람에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라는 것이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동시에 우리가 늙어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노화를 치료하여 수명을 늘린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반갑게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아직 젊다. 모두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죽음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늙음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며 늙어간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하지만 노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몸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책에서는 이 노화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들, 이론들을 설명하면서 노화를 치료해서 건강기대수명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 고통받으면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고 활기차게 오래사는 건강기대수명을 말이다. 노화가 가져오는 독립성상실과 삶의 질 저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회의적이었던 부분에 대해 변화가 일어난 것은 우리 사회가 노화로 인해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받는 부담감도 함께 늘어간다는 사실들을 깨닫고 나서였다. 노화는 그렇게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에 직면한 문제들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노화의 치료란, 우리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높아지는 사망위험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노화의 전형적 특징 10가지를 설명하면서 노화가 질병으로 이어지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우리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이다. 인류의 시초부터 진화해 온 우리 인간은 번식에 최적화되어있다. 진화의 입장에서 제일 첫번째 중요한 것은 번식이다. 번식이 끝난 이후의 인간은 자연선택의 힘이 닿지 않아 늙게 된다는 노화의 진화론을 설명한다. 자연 앞에서의 인류의 무력감이 느껴지는 부분으로 조금은 섬뜩한 이야기였다.


노화가 가지는 전형적인 특징

1. 이중나선의 문제:DNA손상과 돌연변이

2. 짧아진 말단소체

3. 단백질 문제:자가포식,아밀로이드,부가체

4. 후성유전학적 변경

5. 노쇠세포의 축적

6. 권력투쟁:미토콘드리아의 고장

7. 신호실패

8. 위장관 반응: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

9. 세포소진

10. 방어 시스템의 결함:면역계의 고장


노화의 원인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것은 텔로미어(말단소체)가 아닐까 싶다. 말단소체는 우리 세포핵 안의 DNA염기서열의 끝부분에 뚜껑처럼 달려있는 부분이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세포분열을 하고 염색체를 복제하면서 수조개가 넘는 염색체들을 복제할 때마다 염색체의 끝부분이 잘려나가거나 잘못 복제될 일이 없도록 방지해주는 말단소체가 짧아짐에 따라 노화가 가속화된다.

우리 몸의 3대 영양소인 단백질의 자가포식으로 우리 몸의 쓰레기들을 청소하는데, 노쇠세포가 축적되고 청소해야 할 세포들이 자가포식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노화가 가속된다.

여기서 노쇠세포란, 모든 세포들이 각자의 할일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자기파괴과정을 개시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작용을 한다(분자검문시스템). 자기파괴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버티는 세포들이 좀비세포가 되어 노쇠세포가 되는 것이다. 노쇠세포가 축적됨에 따라 이 세포에서 분비하는 염증성 화학물질로 노화가 가속된다. 이것 말고도 단백질 합성이 잘못되어 생기는 아밀로이드반은 치매를 야기하고, 노쇠세포의 축적으로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우리 몸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에 노쇠세포를 치료할 수 있는 세놀리틱치료, 말단소체길이를 늘이는 말단소체중합효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줄기세포치료를 통해서도 노화를 치료할 수 있다. 태아의 분화과정에서 생성되는 만능성세포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등의 연구다. 태아의 분화과정에서 세포분열을 하면서 만능성세포들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어디서 어떤 역할을 할지 역할 분담을 한다. 이것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통해 어떤 부위의 세포든지 새롭게 만들어 치료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DNA의 돌연변이축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암이나, 알츠하이머, 뇌졸중, 심부전, 당뇨병 등 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사망위험이 높아지게 되는 이런 질병들을 유전자를 조작하여 치료할 수 있는 크리스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크리스퍼에 대한 연구가 지금도 여전히 뜨겁고, 이것이 정말 현실화 되어지면 노화치료에 대한 우리 숙제는 거의 해결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말고도 노화를 치료할 수 있는 수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핵심은 노화의 전형적인 특징에 있어 노화를 가속화시키는 부분들을 복구하고, 제거하고, 교체하는 방법으로 노화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우리가 정말 노화를 치료하고 인간의 건강기대수명이 높아져 150살까지 무리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책에서는 우리가 노화가 언제부터 치료가 가능해졌는지 모르게 노화치료가 가능한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옛날에 홍역으로 사망하던 그 옛날을 떠올렸을 때, 오늘날에는 홍역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현상과 마찬가지로 노화가 치료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면에서의 부분으로는 노화도 치료이기 때문에 비용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화치료가 가능하다고 보았을 때, 부유한 사람은 노화를 치료받아 나이에 비해 더 젊고 활기차게 건강한 생활을 오래 할 수 있을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똑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노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해결을 어느정도 보완할 수 있더라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착잡하게 된다. 또, 인간의 수명이 늘어날수록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원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고, 거기에 따른 자연훼손, 지구의 고통 등 사피엔스의 멸망, 토비오드 작가가 말했던 인류의 멸망을 촉진시키는 결과는 아닐지.


노인생물학의 연구가 지금처럼 이렇게 활발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노화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고, 노화치료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지금도 노화를 치료한다는 개념은 아직은 어색하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몸에 대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되고, 독서의 목적 중 하나인 지식의 축적에 걸맞는 '에이지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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