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변의 잡설 Jan 09. 2024

가치

20대 때 알게된 친구들을 무려 십 몇 년만에 만나 함께 점심을 먹었다. 2007년경 만났으니 벌써 17년이 지난 셈이다. 사실 당시 그 친구들과 크게 교분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어떤 가치를 공유하면서 같은 활동을 했을 뿐이었다. 그 후에도 만나지는 못한채 종종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소식을 접하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다 다시 만났는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때 난 한 NGO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군대도 가지 않았으면서 밥벌이 걱정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 대책없는데, 그땐 무언가에 홀려있었던 것 같다. 어찌보면 이기적이지 못했고 약삭빠르지 못했고, 나를 챙기지 않고 방치했던 것 같기도 하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분명 그 당시의 나는 무엇인가를 추구했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땐, 막연히 세월이 무상하게 흘렀고 내가 아저씨가 되었고 어쩌고 하는 생각만 들었지만, 집에 돌아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나와 달리, 지금의 나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가. 가족을 부양하고 내 한 몸을 잘 챙기고, 내 의뢰인을 위해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 20대 때 내가 추구하던 가치에 대한 나의 입장은 어떠한가. 나는 너무 많은 걸 잊어버린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삶도 나쁘지 않지만, 그때의 열정, 어떠한 가치를 추구함에 있어 맹목적이었던 나 자신이 그립기도 하다. 그때의 나를 떠올리게 해준 친구들에게 몹시 감사한 마음이 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형이 살아 돌아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