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거부하겠습니다

강요하지 말아 주세요

소통은 과거 저의 큰 관심사였음을 고백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소통을 잘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소통 잘하는 법, 말 잘하는 법 등등에 대한 책들을 다양하게 읽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전철에서는 그런 책을 읽지 말라며 비웃었지요.

제가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 큰 이유는 남편이 저와의 소통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소통을 잘 못했던 저는 사실 과거에 헤어지자고 여러 번 말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그 말을 하게 된 이유, 본인이 고쳐나갈 점들에 대해 몇 시간이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쓰니 굉장히 멋진 남편 같아서 언짢네요. 이것 빼고 거의 다 단점입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참 자주 소통을 강요당합니다.

네가 피해본 것은 네가 미리 소통을 잘 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소통을 못하는 네가 음흉하고 못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정말 내 잘못인가요?

우리가 소통을 못하는 이유는 많겠지요.

하지만 큰 이유는 과거 소통을 시도했을 때 좋지 않은 결론을 맞이한 적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스스로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라 현재 소통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내 경험에 따르면, 이 사람에게는 말해도 안 바뀔 것 같아서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 사람은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 같아서

소통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소통을 강요하지 말아 주세요.

그전에 누군가가 용기 내어 소통을 시도했을 때, 본인이 정말 변화할 의지가 있는지 돌아봐 주세요.

그러지 않는 한, 저는 소통을 거부하겠습니다.

당신과 어떻게 대화를 잘해볼까 고민하고 아파할 시간에

가족들과 한번 더 눈을 맞추고 한번 더 맛있는 음식을 먹겠습니다.

소통을 못하는 저에게 문제 있다고 하지 말아 주세요.

내가 소통을 못하게 한 당신도 문제가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