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항상 웃기고 싶습니다
의사나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이 되었을 것 같나요?
같은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두루두루 잘하는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특출 나게 잘한 것도 없던 저는 이 질문이 난처했습니다.
가정뿐인 질문이지만 최근에 답을 찾아냈습니다.
저는 개그우먼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진료 중에도 체면을 잃지 않는 선에서 항상 환자를 웃기고 싶어요.
워너비 개그우먼은 장도연씨입니다.
(한 시상식의 수상소감을 보고 재치와 다정함에 반했어요.)
정신과학에서는 유머를 최고급 방어기제로 정의하여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유머만 있으면 아무리 슬픈 상황도 별것 아닌 것이 됩니다.
자신의 묘비명에 농담을 써놓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우리 삶이 무겁고 팍팍할 때면 혹시 유머가 빠진 것이 아닐까 고민해 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덕목을 뽑아보라면
사랑, 유머, 너그러움
이 아닐까 합니다.
아기가 기저귀에 똥을 싸놓고 씻기 싫다며 도망가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치우는 내가 더 힘든데 왜 저럴까 하고 인상을 찌푸리는 것 대신,
"아저씨, 급한 약속 생각나셨나 보네. 그렇게 나가면 아무도 안 만나줘요."
하며 웃어보는 것입니다.
(방금 개그우먼을 꿈꾸기엔 하찮은 개그감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죄송합니다.)
저도, 저희 언니도 평생 많은 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물론 울기도 했지만
'와, 정말 이 성적 가지고 떨어지기도 힘든데 너 참 대단하다.'
며 서로에게 엄지를 들어 올렸습니다.
웃는 자가 진짜 강한 자입니다.
어떤 기가 막힌 하루었든지 간에
하루의 끝에서 저를 보고 깔깔대며 뒤로 넘어가는 아기들이 있어서
사는 게 너무 웃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