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지독한 사랑은 난생처음이라
사실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나 자신에게 취해 있는 거 아닐까? 아무래도 그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쯤 했으면 그만 ‘척’해도 되지 않나? 이 감정 속에서 언제까지 기생할 수도 없으니까.
한때는 그렇게도 생각했다. 나는 금사빠 기질을 타고난 편이어서 조금만 내 취향이다 싶으면 금방 마음이 움직여 버린다. 그렇기에 그를 향한 마음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식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내게 성애적인 감정은 언제나 일시적인 것밖에 되지 않았기에. 하지만 그 일련의 과정을 겪고 나서 이 사랑은 내 인생에서 무척 특별한 사건이며 아주 오랫동안 지속될 감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아무 관심도 없는 11년 전 첫사랑이 아직도 내 꿈에 종종 나오는 것을 보면 지금 이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오래 내 삶에 머물다 갈지 이젠 가늠도 안 된다.
아주 오래 사랑하게 되겠지. 그 일만은 막고 싶었지만 어떻게 할래야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깨닫고 나서 그냥 포기했다.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짙어지는 감정에 이 사랑은 방향 감각을 완전히 잃었음을 인지하게 됐다. 보통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감정이라 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져야 하는데 이 녀석은 옅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렬해지기만 하니 나로서는 저항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내가 최우선에 있다. 내가 꾸릴 삶, 내가 있을 곳에 대한 열망이 한결같이 강하다. 앞으로도 그것은 변치 않을 것이다. 나는 나로 살며 지켜야 할 소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동공의 힘이 풀리게 하고 얼굴에 열이 오르게 할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내 마음속에 항상 굳건히 자리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은 받아들여야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힘이 드는 일이긴 하지만 그걸 부정한다고 해서 괜찮아질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걸 운동의 연료로 쓰든가 해야지. 답답해서 그냥 이렇게는 못 살겠단 말이다.
좋아해. 여전히 많이 좋아하고 있어.
아마 오래 좋아할 거야.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이게 잘 안 돼.
내 마음이 내 말을 전혀 듣지를 않아.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그냥 멀리서 응원만 할 거야. 늘 그랬듯이.
잘 지내고 있어?
전에나 지금에나 그 쉬운 질문 한 번을 못하네.
정작 이 질문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 건 당신뿐인데.
웃는 모습 정말 보기 좋아.
언제 어디서든 잘 웃으면서 지냈으면 좋겠어.
참, 행복하지?
슬픈 일은 정말 없었으면 좋겠어서 물어 봐.
밤에 잠도 잘 자?
나는 요즘에야 다시 잘 자고 있는데, 당신은?
다음에는 좀 더 조용히 마음 전할게.
안녕,
오늘도 전해지지 않을 진심만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