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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l 14. 2022

틈만 나면 조언하는 사람의 특징



찌릿, 신호가 온다. 다시 그 상황이다. 그의 말에 가시가 돋고 있다. 그와 나 사이에는 미묘하게 틈이 벌어진다.



싸움까지 번지지는 않더라도 유독 긴장되는 관계가 있다. 잠시 기분이 나쁘다가 잊혀지는 것이 아닌, 곱씹어 되뇌게 만드는 그, 그녀의 말이 있다. 심지어 이들과 있을 때 가장 많이 웃고 유쾌한데, 어쩐지 편하지만은 않다.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때를 되돌아보니,  그들의 전달 방식에서 유사한 점이 보였다. 그들과 대화할 때, 내가 불편해지는 공통 지점이 있다.


첫 번째는 그들이 조언을 할 때이다. 그들의 조언에는 일정한 특징이 있다. 고민이라고 하지 않아도 내 상황에서 문제점을 찾아낸다. 나를 위해서 말하는 거라고 한다. 그들은 내 방식이 틀렸다고 지적하며, 자신의 방식을 강요한다. 이런 특징의 조언이 길어지면 뭔가 조금 불편해진다. 그러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때가 오는 것이다.


그들과 대화할 때 불편해지는 두 번째 지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 할 때이다. 그들의 얘기에 내 말을 잃게 되는 건, 그간의 경험 때문이다. 이들과 갈등이 생기고 마음을 다친 경험은 다른 의견을 제시하려는 나를 멈춰 세운다. 나오려다 멈춰버린 말은 도로 들어가서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불편한 대화는 이 두 가지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며 순환한다. 그녀는 비판할 점을 찾아내어 조언을 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조언을 하고, 나는 답답함을 느낀다. 그는 나보다 우월한 지식과 경험이 있다는 전제로 얘기를 시작한다. 내 의견은 무시하고, 자신이 제시하는 해결책을 시도하기를 요구한다. 때로는 자신의 의견대로 행동했는지를 확인한다.


그들은 자신의 조언에 반박하는 나를, 실행은 안 하고 못 한다는 핑계만 대는 변명꾼으로 느낄지 모르겠다. 가끔은 그들의 조언에 대답하는 나 스스로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애초에 나는 해결책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의 조언을 유발한 주제가 심각한 불만 요인인 경우도 드물다. 가벼운 일상 대화에서 그들은 뭔가 조언 거리를 찾아내고, 해결할 문제를 만난 것처럼 대화의 방향이 바뀐다. 대수롭지 않던 일 그들과 대화 후 심각한 일이 되어 머릿속을 떠다니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상황에 불만이 있을 때 더욱 내 상황에 감정이입을 한다. 나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 그들 마음의 불만 필터를 통과하면 거슬리는 문제가 되고 만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내가 그 뜻에 따르지 않으면 자신의 불만 상대를 향해 억눌렀던 감정까지 나에게 쏟아낸다.




나는 그들과 다다. 그들처럼 적극적으로 타인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의견 대립이 있을 때 그들처럼 화를 내고, 모진 말을 쏟아내진 않는다.


그러나 내 안에는 그들과 같은 점이 있다. '내가 결정할게, 너는 따라줘'라는 기본 세팅이 있다. 그들과 대립하는 건, 내가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나는 상대를 수용하는데 미숙하다. 나와 의견이 다를 때는 상대를 내 뜻대로 바꿔놓으려는 무의식적인 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내 의견이 맞다는 완벽한 착각 속에 빠진다. 나와 다른 의견은 맞지 않은 것이 되고, 틀리기에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상대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맞다고 여기는 나의 의견에 상대의 동의를 얻기 위해 투쟁한다.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들과 나의 대화를 관찰하자, 그들의 특성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보였다.   


상대에게 싫어하는 부분이 있을 때는 내 안에도 같은 모습이 있다고 했다. 때로는 이해하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던 그 말이 생각났다.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는 걸 받아들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찌릿,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신호. 그와 그녀, 나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가끔은 신호가 온다. 그들의 말에 가시가 돋아난 걸 느낀다. 나의 방패막을 조금 거둔다. 그의 가시도 점차 숨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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