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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n 21. 2022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에게


봄아, 알고 있니? 아주 오래전부터 너를 사랑했어. 너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예쁘다고 말한 게 네 앞에서 보인 가장 큰 애정 표현이었으니. 너를 좋아하게 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는 내 마음을 말하고 다녔는데 말이야.


너는 사뿐사뿐 움직이지만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아. 생동감이 넘쳐. 아름답게 변화해. 화사한 색깔로 치장한 모습이 어울려. 너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매력쟁이야. 네가 흔들리 나를 스칠 때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져. 너로 인해 주위의 모든 것이 더 좋아 보여. 너는 따사로운 빛이야.



너를 만나면 설레고, 웃음이 많아져. 나를 가꾸고 싶어 지고,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져.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대를 하게 돼. 너와 있을 때는 평범한 하루하루도 더 즐겁게 느껴지지만 자꾸만 소풍이든 여행이든 가고 싶더라. 너와 함께 있으면 어디든 좋아. 어느 곳에 있든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이니까.


다른 사랑에 빠져 있을 때는 나도 잘 몰랐어. 처음부터 너를 사랑한 건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나는 그때의 내 모습과 같은 사랑을 하는 것 같아. 활발한 아이였을 때는 열정적인 여름이를 사랑했어. 이제 너를 사랑하는 나는, 너를 닮고 싶은 것 같아. 은은한 듯 하지만 생명을 깨우는 강인한 모습과 부드러운 몸짓이 나는 참 좋아.


사랑하기 전이나 그 후에도 너는 언제나 내 곁에 있지는 않더라. 정해진 만남으로 다가와 곁에 머물지만 떠나는 날은 알지 못해. 언제라도 떠날 듯이 애를 태우더라. 어느 때는 꽤 오래 머물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너를 반기기가 무섭게 너는 이미 없더라. 헤어질 시간을 안다 해도 너를 붙잡지 못하는데.



네가 떠나고 나면, 난 너무 힘들어. 온몸이 후끈거리고, 때로는 어질어질 기운이 없기도 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만 점점 얼어버릴 듯 차가워지는 나를 발견해. 너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해. 그래도 네가 영원히 떠나가는 건 아니니까, 다시 나를 찾아오니까, 너를 잊지 못해. 시간이 갈수록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커지기만 해.


기다리는 건 힘든 일이야. 곁에 없다 해도 너만 기다리며 살지는 않으려 해. 너 없는 날들에 익숙해지려고 해. 그렇게 잊은 듯 살다가, 네가 그리워지는 날이 있어. 언제쯤 네가 돌아올까. 차가운 바람에 마음이 시릴 때면 너를 떠올려. 꽁꽁 얼어버린 세상에 비틀거릴 때면 따스한 너를 떠올려.


이상하게도 말이야, 네가 올 때쯤 되면, 나는 조금 우울해지더라. 기분이 가라앉고, 별로 즐겁지가 않아. 그런 기분이 들 때면, 머지않아 네가 올 거라는 걸 느껴. 차분히 내 기분을 들여다보며 너를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해. 너를 만나고 나면 모든 것이 그냥 좋아. 가라앉았던 마음만큼 만났을 때 반가운 마음이 커지는 것 같아.



이번 해에는 네가 오래 머물러줬어. 너로 인해 많은 날들을 설레이는 행복으로 지냈어. 이제 너는 없지만 즐겁게 지내려고 해. 내년에 다시 만날 때 나는 달라져 있을 거야. 너처럼 내면의 강인함을 키우기 위해 나를 돌보고 있거든.


올해도 고마웠어. 잘 가, 봄아. 내년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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