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1. 마음으로 시작하는 가방디자인

작정하고 가방 디자인 - 마음가짐

by cani

10년 전 한국에서 가방을 배울 때만 해도 가방 관련 책들도 적고 대부분을 외국서적을 보면서 배웠습니다. 그 당시에는 구글번역과 같은 기술도 지금과 같이 좋지 않았기에 사전을 찾아가면서 책을 보거나 거의 그림만 보고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라는 느낌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만큼 배움에 있어서 저도 간절했기에 혹시라도 가방을 배우고 싶은데 경제력 여유가 없으시거나 유학을 포기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작정하고 가방 디자인"이라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총 7개월에 걸쳐 일본에서 배운 내용의 가방제작에 필요한 기초적인 내용을 연재하여 브런치 안에서 한 권에 책으로 묵었어요.

(비록 온라인상에서의 저의 첫 책이지만 뭔지 모르게 뿌듯하네요:)


그래서 오늘은 작정하고 가방 디자인을 정리하는 글로써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유학생 시절 선생님에게 말씀해 주셨던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까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가방을 만들면서 저의 디자인에 뿌리가 된 이야기입니다.



가방에 대해 배우기 전에는 가방이란 단어를 들으면 "명품" 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조금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세계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제대로 가방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떠난 일본 유학 생활 초반에도 이런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디자인에 나타났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만 봐도 생각지도 못한 화려한 디자인과 명품스러운 디자인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저 또한 비슷한 길로 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학년 마지막 수업은 그동안 배운 지식과 기술로 자신의 작품을 발표를 합니다.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든 걸 직접 혼자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그만큼 떨리기도 하고 모두가 혼신의 힘을 쏟아 준비합니다. 발표는 한 사람씩 많은 학생들과 교수님이 보는 앞에서 이루어집니다. 너무 떨리다 보니 저는 제가 발표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많이 긴장했었습니다.

1학년 마지막 수업 - 교수님과 선후배 모두 함께 모여 작품을 감상 및 발표


제 차례가 끝나고 같은 반 친구가 만든 가방을 발표할 때였습니다. 누가 봐도 작고 이쁜 숄더백이라 발표전부터 주변사람들에게 칭찬을 듣던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발표가 끝나고 이탈리아에서 오신 선생님께서 그 친구에게


"이 가방은 누구를 생각하고 만든 디자인 인가요?"라는 질문 하였습니다.


친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였고, 선생님은 유심히 그 친구의 가방을 보시곤 가방의 손잡이의 위치와 가방의 간격이 너무 좁게 디자인되어 물건을 넣고 빼기가 불편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선생님께서 모두에게

"디자인이라는 건 화려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본인을 위한 디자인 혹은 다른 사람을 위한 가방디자인을 할 텐데 그때 제일 중요한 것이 "가방의 순 기능"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가방이란 물건을 담아 어딘가로 이동하는데 하나의 도구로써 이 점을 잊고 디자인에만 취중 한다면 그건 박물관에 있어야 할 작품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정말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껍데기에만 취중 한 디자인을 생각했구나.

그 이후로부터는 가방을 디자인하기 전에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되며, 누군가를 위해 디자인하고 있는지에 명확하게 생각을 정리한 후에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화려함보다는 정말 필요한 기능을 담은 디자인이 진정한 디자이너가 해야 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항상 디자인을 할 때에는 누군가를 위해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셨던 초심을 잃어버리지 마세요. 남과 비교하는 습관은 본인을 약하게 만들고 자신의 생각이 담긴 작품이 아닌 남들과 비슷한 물건을 만들게 됩니다. 이뻐 보이는 것보다 진정으로 본인이 표현하려 했던 그 순간의 감정들을 잊지 마세요.


처음에 디자인을 하면 주변 반응은 누구나 "이게 뭐야?"와 같은 시시한 반응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본인의 생각이 담긴 작품을 추구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저절로 주변에 응원하는 분들이 본인도 모르게 생길 것입니다. 그러니 항상 남과 비교하지 마시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꿈을 향해 가셨으면 좋겠어요.


간절하게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노력한다면 언젠가 꼭 이루어지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작정하고 가방 디자인"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전이야기
>> 처음이야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