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샤넬’논란 송지아를 위한 변명

샤넬에 열광하는 여러분 모두가 송지아 아닌가요

by 이리천


혹시 송지아씨(예명 프리지아)를 아시나요. 아마 모르시는 분들이 태반일 겁니다. 송 씨는 최근 ‘짝퉁(가품) 샤넬’을 자기 프로그램에서 사용했다가 들켜서 활동 중단을 선언한 유튜버이자 방송인입니다.


며칠 전 지인이 송 씨 관련 기사를 공유해 줬는데 뭉개고 있다가 계속 마음에 걸려 오늘은 작정하고 몇 자 적으려 합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꼭 하려던 얘기였어요. ‘명품 광란’에 대해.


저는 명품을 잘 모릅니다.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나 구찌 프라다 디오르 버버리 아르마니 베르사체 등 패션 브랜드 몇 개, 까르띠에 롤렉스 오메가 등 액세서리 브랜드 몇 개 이름만 겨우 아는 정도? 사려고 하지도, 사지도 않습니다. 솔직히 왜 사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요.


그런데 명품 때문에 나이 갓 25살의 예쁘고 끼 많은 예능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매장당하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손으로 쓴 사과편지를 읽으면서 더 그랬습니다. 이게 뭐라고 손편지까지 써서 사과 반성하고 활동을 중단하는 걸까. 누가 누굴 비난할 수 있는 상황인가.



https://news.naver.com/main/ranking/read.naver?mode=LSD&mid=shm&sid1=001&oid=081&aid=0003246318&rankingType=RANKING



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명품 중독 국가’입니다. 초등학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전 연령대가 명품에 빠져 있어요. 코로나 이후 더 그런 거 같습니다. 명품 때문에 '계'를 만들고, 휴가 내서 줄을 서고, 백화점 앞에 텐트 치고 밤샘하는 게 예삿일입니다. 명품을 사려고 몸을 파는 여성들도 있다는 뉴스도 종종 나옵니다.


명품 수입업체들은 이런 명품 광풍을 마케팅에 활용합니다. 유통망을 늘리지 않고 공급을 통제한 채 가격만 올립니다. 한 해에 서너 번씩 올립니다. 그것도 한국에서만. 그런데 그럴수록 희한하게도 대기 줄이 더 길어집니다. 언론들은 '오픈런'을 대문짝만 하게 보도합니다. 대중의 관심은 더 커집니다. 에루샤는 한국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법니다. 각자 매출이 1조 원을 넘었거나 가깝고, 순익은 한해 20~30%씩 뜁니다. 호갱민국이라는 조롱까지 나옵니다.어느새 한국은 세계서 7번째 명품 소비국이 됐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명품 앓이는 해외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명품 매장 앞에 선 긴 줄에는 100이면 99 한국 사람들이 끼어 있습니다. 대부분 한국인 숫자가 가장 많습니다. 잠깐 여행을 하든, 거주하든 죽어라 명품을 사들입니다.


왜들 이럴까요. 좀 낯뜨겁고 부끄럽고 이상하지 않나요.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못 가니 보복 소비 차원에서, 사두면 가격이 오르니 투자 차원에서 명품 대란이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명품이 가진 희소가치 때문에 가격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소비욕구를 자극한다는 해석도 내놓습니다. 이른바 ‘베블런효과(Veblen Effect)’ 입니다. 또 일부는 우스개소리로, 비싼 명품을 소유한다는 자체가 자기 남자 주변에 꼬이는 경쟁자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부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명품 소비가 꾸준하다는 얘기도 합니다.

다 그럴 듯 하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과시욕’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인들은 차를 살 때 승차감보다 하차감을 더 중요시한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명품 소비때도 소비 효용보다는 재력이나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더 큰 요인이 된다는 거지요. 그러면 왜 한국인들이 유독 그럴까요.


외국에서 살아보신 분들은 한국인들이 대중 앞에서 얼마나 조용한 지를 잘 아실 겁니다. 한국인들은 토론장 등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튀면 안 된다'며 입을 꾹 다뭅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그랬습니다. 어릴 때부터 질문하면 '되바라졌다'며 선생님한테 혼나면서 자랐거든요. 글쓰기도 서툽니다. 그래서 자신의 자질과 가치를 대중에게 드러낼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거의 유일한 방법이 사회적 직위와 재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성들은 그렇게 사회활동을 합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경우는 더 자신을 드러내기 힘듭니다. 한국 여성들의 사회활동 참여율은 주요국 중 거의 꼴찌입니다. 여성들이 동창회 등 모임에 나갈 때 명품에 목숨을 거는 그게 가장 자신의 현재 가치를 드러내는데 강력한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니들은 이거 살 형편 돼?”라며 동창들을 말없이 응징하는 거지요. 이 때문에 한국에서 에루샤는 여성들이 어떤 일이 있어도 꼭 확보해야 되는 '무기'가 됩니다. 샤넬은 밤샘백(밤을 새야 살 수 있는), 루이뷔통은 3초백(3초마다 한 개씩 팔리는), 구찌는 5초백라고 불리는 이유가 다 있는 거지요.


한번 과시 효과를 맞본 사람들은 더 센 자극을 원하게 됩니다. 그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명품을 안 산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산 사람은 없다"고들 합니다. 결국 자신의 본질적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명품으로, 치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데 더 몰두하게 됩니다. 이게 경쟁이 되면 사회적 현상이 됩니다. 한국이 꼭 그렇습니다. 명품 지르기 경쟁. 결론적으로 진품(자신의 본질적 가치)이 아닌, 짝퉁(명품) 경쟁이 벌어진 겁니다.

송 씨는 손편지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짝퉁을 사용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합니다. 저는 솔직히 송 씨가 왜 사과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어떤 대목에서 네티즌들이 분노하는지도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송 씨는 명품 전쟁의 승자이자 동시에 피해자가 아닐까요. 자신이 명품 트렌트의 선도자라고 나서 돈도 벌고 명성도 얻었지만 결국은 그 자신도 그런 사회적 풍토에 휩쓸려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일탈을 감행한 정도? 결국은 그 역시 명품, 다시 말해 짝퉁 전쟁의 피해자에 불과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송 씨에게 짝퉁을 진품처럼 거짓말했다고 비난하는 명품 예찬론자들 역시 사실은 본인들 자신이 짝퉁(명품)의 효과와 위력을 누구보다 예찬해 온 사람들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는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천박한 '짝퉁 사회'에서 말이죠.

백화점앞 샤넬족들 스스로가 나라망신에 손가락질 받고 있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달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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