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법
Just do it
요즘 들어 몸에 피곤함이 생기다 보니 해왔던 일들을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운동도, 업무도, 그리고 계획을 세운 많은 활동들을 피곤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루거나 모른 척 회피해왔었다. 그러다 보니 사관학교 때에 비해서 몸무게가 6kg 이상 늘었고 퇴근하고 나면 침대에 눕길 반복하는 게으른 습관이 생겨버렸다. 그러다 보니 게으른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무기력함 또한 항상 공존하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관학교 때는 주어진 일과에 따라 살아갔기 때문에 일들을 미룰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반강제적으로 '부지런한' 삶을 살게 되었던 것 같다. 아침 구보 때 눈 뜨자마자 3km를 뛰고, 수업이 듣기 싫었어도 수업을 들었으며, 운동이 하기 싫었어도 운동을 했어야 했다. 생도 시절 나에게 주어진 일과가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면에서는 피곤하고 답답했던 적도 많은데, 요즘 같이 해야 할 일도 안 하는 때에는 누군가가 나의 일과를 짜서 통제해줬으면 좋겠다는(?) 간사한 생각마저 하게 된다.
요즘은 크로스핏, 업무, 글쓰기, 약속 전 준비 등이 하기 싫어질 때 내가 왜 하기 싫은지 생각하기보다는 그 시간을 의식적으로 차단하고 "그냥 하려고" 한다.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그 시간에 그것을 하고 있자"라고 생각하다 보면 미루지 않고 그 일을 하게 되고, 어느샌가 열심히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다 보면, 시작이 두려워지고, 일을 미루게 되는 그 과정에서 벗어나서 그냥 일단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아프거나 생각할 것이 많을 때도 고민 회로를 차단하고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로봇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최근 여러 고민들 때문에 괴롭고 힘든 나날들을 보내다 보니 여러 생각들을 하면서 번뇌가 오는 것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주어진 계획들을 "일단 실천"하고 보는 게 경험적으로 좀 더 효율적이었다.
최근 관중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할 기회가 있었다. 나로서는 굉장히 스트레스받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그냥 의식 회로를 끊고, 의식적으로 걱정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발표가 완벽하게 끝나진 않았지만, 이전 같았으면 다음에 준비되면 해야지, 하고 사수에게 미뤘을만한 프로젝트를 내 손으로 끝냈다는 것에 뿌듯했다. 크로스핏을 하기 싫어 야근을 핑계로 하지 않았는데, 이 또한 고민 회로를 끊고 그냥 하다 보니 몸이 가벼워지고 체력이 좋아져 본의 아니게 업무의 효율성 또한 올라가고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도 됐다.
혹시나 번뇌가 많으신 분들은 일단 "생각 없이 그냥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방법은 저같이 특히나 고민과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특효약입니다. 일단 하다 보면, 무언가 일어나고, 그 변화가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