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위티 Oct 25. 2022

엄마, 숨이 잘 안 쉬어져요

공황장애의 시작

올해 초부터 점점 숨이 안 쉬어지고 숨을 쉬어도 완전히 쉬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느샌가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부모님에게 말씀을 드렸다니 부모님께서는 폐나 심장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급하게 병원 예약을 잡으셨다. 예약을 하고 분당 서울대병원을 방문해서 심장 관련 검사들을 진행했다. 검사 결과는 2주 후에 나온다고 하셨고, 걱정이 많으셨던 부모님께서는 폐 관련 검사도 진행해보자고 하셔서 폐활량 검사, 천식 검사 등 각종 검사를 실시하고 집에 갔다. 2주 후 다시 서울대병원을 방문하였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심장과 폐에 어떠한 문제도 없고 오히려 폐는 정상인보다 좋은 상태(?)라고 하셨다.


안타깝게도 그 결과를 들었을 시기에는 내가 조금만 숨을 쉬어도 숨이 차는 느낌이었고, 자주 앞이 하얗게 보였으며 그 증상이 발현되면 식은땀이 들면서 아득해졌다. 부모님께서는 마지막으로 정신과를 가보자고 하셨다. 정신과에 예약을 잡고 각종 검사를 했다. 결과는 우울증 중증, 공황장애 초기 증상이었다. 나 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정신과에 처음 간 날이 기억난다. 나는 해결책을 찾아 빨리 해결을 해서 군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고 싶었고, 의사 선생님은 몇 가지 질문을 하셨다. 그 질문들은 요즘 걱정되는 것들이 있나요? 무슨 생각이 드냐는 개인적인 질문이었고 현재 상태를 물어보는 질문을 하셨다. 그러고는 말씀하셨다.

 

"내가 보기엔 00 씨는 전혀 힘들만한 이유가 없는데. 부족한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리고 보장된 직업들도 있고 걱정할 만한 요소가 아무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힘들죠?"


"그러게요. 왜 이렇게 힘들까요."


" 일단은 제가 약들을 몇 가지 처방해줄게요.... -중략-.... 다음 상담 날짜를 잡고 약 안 맞으면 전화 주세요."


사실 나 조차도 이렇게 결과가 나올 줄 몰랐다. 나는 힘들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의 정신과 초진은 허망하게 끝이 났고, 나는 집에 돌아와서 그 약들을 먹고 잤다. 확실히 약을 먹으니 좀 나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약의 효과가 저하되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관에서 그 당시 만나던 남자 친구와 영화를 보는 도중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고 어지럽고 죽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주변에 민폐를 주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호흡은 점점 가빠졌고, 나는 계속 손목을 꼬집었다. 어느 순간 조금 진정되자, 내 몸은 식은땀으로 인해 땀범벅이었다. 그날 내 증상을 말하며 남자 친구 앞에서 울었다. 남자 친구는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고 위로해줬다. 집에 돌아가니 손목이 빨갛게 부어있었다.


다들 그러고 산다고 생각했다. 내가 조금 더 예민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렇게 부대에 복귀하게 되었고, 이후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얼마나 나에게 독이 될 수 있는지 뼈저리게 경험하게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