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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팔레 Jul 29. 2022

남의 소개팅을 구경하는 건 재미있다

지난 주말, 카페에 갔다가 의도치 않게, 우연치 않게 남의 소개팅을 참관했다.


타인의 소개팅을 구경하는 일은 반장선거와 닮아있다. 당사자야 살 떨리고 어떨지 몰라도 구경하는 입장에선 여간 재미난 게 아니다.          

우선 토요일 오전 11시에 소개팅을 한다는 것도 생소했지만 더욱 놀라운 건 시종일관 마스크를 쓴 채로 마주 앉아있는 장면이었다.

서로의 얼굴이 누구보다 궁금했을 젊은 두 남녀는 차를 마실 때만 잠시 마스크를 내려서 얼굴을 드러낼 뿐이었다.     


잠시 지켜본 바로, 소위 말하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그리 원활하지 못했다.

수분이 부족한 반죽을 제면기에 넣은 것처럼 대화는 툭툭 끊어지기 일쑤였고, 영화며 음악 취향 같은 대화소재들이 칼국수 가게에서 김치 밑반찬 나오듯 당연스레 상에 올랐다가 전반전에 레드카드를 받은 축구선수처럼 빠르게 퇴장했다.     


잠들어있는 갓난아기 볼을 어루만지듯, 밑창이 뾰족한 축구화를 신고 살얼음이 낀 호수 위를 걷듯, 두 사람의 조심스러운 말과 행동에 나까지 어깨가 굳는 기분이다.

그 긴장감, 불편함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먼저 카페를 나왔지만 나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칠월의 사과 같은 저 어색하고 풋내 나는 감정이,

무르익고 농익어 말과 호칭이 편해지고, 연인이 되고, 살이 맞닿는다 생각하니 사람의 감정이란 신비하고 아름답기도 하구나!     


그날에 본 두 사람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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