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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정식 Nov 18. 2021

슈퍼마켓

내 기억 속 90년대에 대하여

<사진: 슈퍼마켓, 이태원 우사단길, Photo by 함정식, 2018>


어머니가 저녁 준비를 하시다가 

연자주빛의 천 원짜리 한 장을 주시심부름을 시키시면,

학교에서 입었던 파란 체육복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로 슈퍼로 가서 콩나물 500원어치와 두부 한 모를 산다.

그리고 남은 200원으로는 과자 한 봉지를 사서 신나게 집으로 뛰어갔다.


그때가 내 나이 10살 즈음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심부름보다는

슈퍼 앞에 놓여 세월을 같이 한

은색의 공중전화를 더 자주 찾았다.


10원짜리 일곱 개를 들고 가서

음성 사서함의 메시지를 듣기도 했고,

때론 수중에 200원밖에 없는데 전화라도 길어지면

10원짜리 하나가 너무 아쉬워서

혹시라도 잔돈이 나오는 곳에 누군가 가져가지 않은

동전이 없는지 확인해보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는 슈퍼나 구판장보다는

편의점이 더 많아졌고, 공중전화를 찾을 일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아직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슈퍼를 보니 괜히 고마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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