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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enB Jan 11. 2023

나의 라오스-

꼬박 이틀을 잤다.

스무 여가지의 꿈속을 헤매었다.

선명히 떠오르는 꿈이 없는 와중에도 크고 단단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 좀 봐봐, 내 마음이 바스러졌어'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잡은 색을 잃은 꽃잎이 아래로 추락했다.

마음이 아플 땐 자야 했다.

뱃속의 태아처럼 최대한 몸을 작게 오므린다.


꿈결 같은 시간이 느릿한 소의 움직임처럼 흘렀다.

무엇도 먹지 않고 잤더니 나흘 전의 몸무게로 돌아가 있었고, 식욕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꿈에서 깨면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감긴 고통을 지그시 누르는 일.

잠으로 빠져드는 그 찰나의 순간, 서글픈 얼굴이 잠긴다.


무뎌지고, 덤덤해지는 시절들-

우린, 참 많이 웃고 떠들고 남몰래 눈물을 훔쳤지.

뜨거워서 뜨거워서 뜨거워서

흉터 없는 화상을 입고 내내 욱신했지.

뜨거워진 마음을 웃음뒤로 감출 수 있어서 너는 나를 보고 웃는다.


각자의 마음에 따로 새겨진 고통들-

밤이 흐르고 바람이 불었고 시간은 익어갔다.

결국엔 지나버리고 마는 시간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시간이 있다.

사무치게 슬프지만 어쩔 수 없지.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시간이 있다.

사무치게 슬프지만 어쩔 수 없지.


보고 싶어서

수많은 별들이 가슴으로만 떨어져도

나는 너를 보고 웃는다.

웃을 수 밖에 없지.


나의 왕자님에게.

나의 공주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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