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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껌딱지 Dec 26. 2023

엄마가 된 후 2 - 예민한 아기

아기를 예민하게 키우는 엄마

아기가 태어나고 100일 지나갈 무렵부터 아는 지인과 함께 ’ 베이비 마사지‘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아기랑 있는 시간도 너무 행복하지만 아기에게 많은 자극을 주면 좋을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무엇보다 아기가 엄마 얼굴만 보는 것보다는 또래 친구 얼굴도 보고, 선생님도 보면

낯가림이 조금 덜 하게 자라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 아기는 첫날만 무서워할 뿐 둘째 날부터는 해맑게 웃으며 잘 적응해 주었고

내가 잠깐 화장실을 가도 선생님 품에서 울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같이 수업 듣는 모든 엄마들이 ‘껌딱지님 아기는 낯가림도 없고 참 순하네요 ‘라고 칭찬했다.

가끔 남편들이 방문하는 날에는 울기도 했지만  또 금방 적응하고 수업에 집중했다.


 ‘이 정도면 낯가림 없는 거예요, 복덩이다 진짜’


6개월이 넘어간 이후부터는 문화센터 수업도 추가해서 듣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나 잘 적응하고 또래 친구얼굴을 보면 해맑게 웃는 ‘낯 안 가리는 순둥이’ 였으니까


그러다 추석이 다가왔고 ‘낯 안 가리는 우리 순둥이’와 함께 친정에 방문했다.

아기가 주변을 탐색할 시간도 없이 할아버지는 기쁘다며 우리 아기를 내 품에서 데려가버렸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리 아기는 ‘강성울음’을 터트렸다. 그 울음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고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모든 가족들은 ‘낯가림이 심하네’라고 말했다.


이모가 놀아준다고 데리고 들어간 방 안에서도 우리 아기는 칭얼거리며 엄마를 찾았고

아기를 안고 나온 이모는 ‘언니야, 낯가림이 심하다.’라고 했다.


그때부터 온 가족들은 ‘애를 집에서만 키우니, 예민하게 크지 ‘, ’ 이렇게 낯가림이 심해서 어쩌니 ‘

라는 말을 딱 2시간 동안 반복했다. 나는 우리 아기를 절대 예민하게 키우지 않았는데

다만 우리 아기가 어떤 환경을 가던 본인 눈에 익숙해지고,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준 것 밖에 없는데


‘우리 아기’는 눈으로 본 환경이 익숙해지고, 같이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적응되면

내 품에서 내려와 얼마든지 환하게 웃으며 뒤집고, 기고 앉아서 잘 노는 아기인데

그 시간을 주지 못해 생긴 결과물이 ’ 엄마가 아기를 예민하게 키워서 낯을 많이 가리네 ‘였다.


내가 ‘우리 아기’를 낯선 가족들로부터 지키지 못한 결과물이라 생각하며

추석 이후 모든 통화에서  ‘예민하다’라는 질책을 묵묵히 속으로 삼켰다.


첫 경험이 커서일까? 그 뒤에도 몇 번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지만 그때마다 ‘우리 아기’는

엄마품에서 떨어지지 않는 예민한 아기였고 나는 당분간 할아버지 댁 방문을 하지 않았다.

‘우리 아기는 엄마 때문에 예민하게 낯을 많이 가리는 아기’가 돼버린 것이 너무 서글펐기 때문이다.


문화센터, 놀이센터에서는 순한 아기, 복덩이

할아버지 집에서는 예민하고 낯가림 심한 아기


나는 ‘우리 아기’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 걸까?

설령 기질적으로 정말 예민한 아기이면  안 되는 건가?

‘예민함 = 나쁜 것’ 은 아니지 않나?


나는 ‘우리 아기’ 예민하든, 순하든 하나도 상관없는데

그저 해맑게 내 품에서 웃어주는 이 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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