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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껌딱지 May 25. 2024

엄마가 된 후 10 – 아기가 말이 늦네

모든 생명의 성장속도는 다르다.

15개월이 지나갈 무렵부터 우리 아기는 매우 잘 걷고, 잘 뛰고, 잘 논다.  12월생이라 육체발달이 또래에 비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걱정이 무색할 만큼 빨리 기고, 서고, 걷고, 뛰었다. 그래서일까? 

육체 성장속도가 빠른 만큼 말도 빨리 할 줄 알았지만 아주 착각이었고 가끔 '엄마, 아빠, 이거, 응, 으응~' 정도는 하기에  아쉽긴 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친정과 시댁은 조금 생각이 달랐다. 일단 우리 친정은 언니, 나, 여동생이 말을 빨리 한 편이었다. 특히 막냇동생은 7개월에 걷고, 13~14개월쯤부터 단순한 언어는 구사하며 또래에 비해서 매우 빠랐다. 그래서일까? 친정아버지는 전화할 때마다 우리 아기가 말이 느리다며 걱정을 하셨다. 


'말을 좀 많이 시켜봐라'

'왜 이렇게 말을 안하노'

'말이 너무 느리다. 계속 말을 시켜봐라'


처음에는 아버지의 걱정을 감사히 여겼지만 3개월이 넘게 안부전화를 할 때마다 '말이 느리다' 걱정하시니 나도 이제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었다. 거기에 시댁까지 '이노무 자식이 왜 말을 안 하지, 말할 때 됐는데...'라며 '느그 말을 안 시키나?'라고 물으셨고 양가의 계속되는 걱정에 나 또한 무서워져 매일 블로그며, 인스타며, 유튜브며 각종 관련된 정보를 검색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속도는 보편화된 의학적 결과는 있지만 그 또한 절댓값이 아니었고 우리 아기 또래의 엄마들에게 연락해 물어보면 말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아기는 절반 이상이 넘었다.  보통 둘째의 경우에는 우리 아기보다 구사할 수 있는 단어의 수가 많았고, 첫째의 경우에는 대부분 비슷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베이비 페어 때 교구 상담했던 업체에서 '어머니~ 체험수업을 오시면 아기의 발달 상태를 체크할 수 있어요'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 바로 업체에 연락해 '체험수업'을 신청했다. (알고 보면.. 영업당한 것인가?)


떨리는 마음으로 주말 체험수업에 참여했고 20분 정도 함께 놀아주며 아기를 유심히 관찰하던 선생님은 씩 웃으시며 '어머니 걱정하시는 게 아기 언어, 신체발달이라고 하셨죠? 우리 아기는 신체발달은 빠른 편에 속하는 것 같고 언어는 지극히 평범해요. 이 개월수에 어머니 진지 드셨습니까? 하는 아기는 없잖아요? 걱정 마세요~"

라고 하셨다. 물론 100% 의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아니겠지만 20년 동안 영유아 교구 교사로 일하며 많은 아이들을 봐왔던 선생님이니 만큼 그 말에 신뢰가 갔고 나는 불안과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저것(체험수업을 한만큼 교구설명을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선생님은 내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말해주셨다 


'어머니 사실 아시잖아요. 빠르다고 좋은 것 없고, 느리다고 나쁜 것 없다고,
 더군다나 아기들은 성장속도는 정말 제각각이에요.
모든 생명체의 속도가 똑같을 순 없다는 거 사실 알고 계시잖아요" 


라며 내가 가진 걱정과 불안이 얼마나 필요 없는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그리고 실제로 언어발달지연을 의학적으로 판단하려면 적어도 두 돌 이상은 지나야 하므로 지금은 걱정하기보단 더 많이 표현해 주고 말을 걸어주며 사랑하면 된다고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홀린 듯 교구 계약을 했다. 하하하하하  (여담입니다.^__^) 



아기는 부모가 키우는 대로 자란다고 한다. 내가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며 빨리 말하라고 닦달하면 아기 또한 불안하고 초조하게 자랄 것이다. 반면 내가 웃으며 사랑하며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면 그만큼 밝은 아이로 자랄 것이다. 그러니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아기의 성장속도에 맞춰 많이 알려주고, 사랑해 주려고 한다. 


물론, 안 흔들릴 수는 없을 것 같다. SNS도 있고, 또래 친구들이 많은 편이라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또 지금처럼 걱정하며 불안해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은 내가 가지는 불안이지, 아기가 가지는 불안이 아닌 만큼

아기를 잘 보고, 잘 관찰하며 오롯이 우리 아기를 기준으로 열심히 키울 수 있게 노력하고 또 노력할 예정이다.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당신도 나와 같은 고민이 있다면, 잠시만이라도 그 고민을 멈추고 내 아기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봐 주길 바란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아기는 누구보다 빠르게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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