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스팟’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삶이 버거워 나만의 ‘쉼’을 위한 공간을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리라. 나에게는 태국 아유타야가 그런 곳이었다.
아유타야 유적지를 마주하는 곳에 방을 잡았다. 창밖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유타야 왕조의 옛 정취를 가득 담고 있었다. 나는 옛 왕조 속에 녹아 들어 포근했다. 해가 뜰 무렵, 밖으로 나왔다. 뜨거운 에스프레소 한 모금으로 마시니 온몸이 각성한다. 어느새 해가 세상을 밝히기 시작한다. 찬란한 햇빛을 머금은 신전과 불탑, 불상들은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해 보인다. 사방팔방 아유타야 왕조의 흔적들로 가득한 이곳에서 나는 시간여행을 온 탐험가 같았다.
어디가 되었든 간에 가는 길이 목적지가 되고 이유가 되니 마음 내키는 대로 걷는다. 이것이 여행의 매력이다. 이름 모를 꽃들이 반기고 그들이 전해주는 풀냄새를 맡는다. 자전거를 빌렸다. 페달을 힘차게 밟고 바람을 가른다.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마주한다. 내가 가진 욕심, 자만, 시기를 바람에 날려 보낸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하루의 마무리는 숙소 앞 유적지에서였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려는 즈음, 관광객들은 썰물처럼 떠나간 그 찰나의 순간, 조용히 이름 모를 신전 안으로 들어간다. 한참을 걷다 보면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불탑이 보인다. 불탑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 중간쯤 자리를 잡는다. 이 순간, 드넓은 유적지에는 오직 나뿐이다. 찬란하고 유구했던 역사 속에 나 혼자만 남겨진 것 같다. 하늘을 쳐다본다. 푸르던 하늘은 점점 붉게 물들어 가고 세상도 울긋불긋하게 변한다. 즐거움, 행복, 사랑 같은 단어보다는 외로움, 번뇌, 고통, 원망, 처절함 같은 낱말이 머릿속을 채운다. 불편한 감정들에서 피하지 않는다. 이들도 내 것이다. 온전히 받아들인다.
해가 지면 별들이 하늘의 자리를 대신한다. 알지도 못하는 별자리를 찾아보며 집으로 돌아간다. 숙고에 도착하니 내 벗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손목에 알록달록한 끈이 묶여 있었다.
“끈이 예쁘네요.”
칭찬하니
“길에서 만난 노승이 이마에는 붉은 점을 찍어주고, 손목에는 끈을 묶어주었어요. 여행의 안녕을 빌어주었네요.”
그녀는 상기된 채 내게 말을 건냈다.
잠들기 전 나에게 물었다.
'나의 삶은 안녕하신가?‘
그리고 당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치열하고 전쟁 같았던 오늘, 당신의 삶은 안녕하신지요?“